[현장에서] 홈런성 타구 놓친 관중덕 정민태 패전 위기서 탈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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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복 입은 신사가…."

이 사람이 끊길 뻔했던 현대 정민태의 연승행진을 살려냈다. 잠실구장 현대-LG전에서 일어난 진풍경 하나. 3-3으로 팽팽한 8회말 2사 1,2루에서 LG 최동수가 때린 타구는 가운데 담장을 향해 쭉쭉 날아가는 홈런성 타구.

담장을 넘을 것처럼 보였으나 아슬아슬하게 못 미쳤다. 타구가 담장 앞에서 떨어지려 하는 순간, 담장 너머 관중석의 '양복 입은 신사' 한 분이 허리를 구부려 손을 뻗었다. 타구를 잡으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그 관중은 타구를 잡지 못했고 타구는 관중의 손을 맞고 그라운드 안으로 떨어졌다.

이때 LG의 1,2루 주자는 모두 홈을 밟았고 타자 최동수는 3루에 안착해 있었다. LG가 5-3으로 앞서려는 순간 2루심 최규순 심판원이 팔을 번쩍 올려 'V'자를 그렸다. 타구가 관중에 의해 방해되었으니 '인정 2루타'로 판정한다는 신호였다.

신나게 홈을 밟았던 1루 주자 이병규는 3루로 되돌아가고 최동수도 2루로 한칸씩 후퇴했다.

물론 스코어도 5-3이 아닌 4-3이 됐다. 5-3으로 벌어질 스코어가 관중에 의해 4-3이 됐으니 현대는 그 관중 덕분에 1점을 덜 내준 셈이다.

야구규칙 3조 16항에는 "타구 또는 송구에 대해 관중의 방해가 있었을 때는 방해와 동시에 볼 데드가 되며 심판원은 방해가 없었더라면 어떠한 상태가 되었을 것인가를 판단해 볼 데드 뒤의 조치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현대는 9회초 1점을 따라붙어 결국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현대 정민태는 패전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양복 입은 관중'의 캐치 시도에 정민태의 14연승 행진은 '진행 중'으로 되살아났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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