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구 9백20만 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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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작년 10월1일 현재 서울 상주 인구가 9백20만 명을 넘어섰다는 보도는 한마디로 그동안의 수도권 인구증가 억제를 위한 여러 가지 노력에 큰 효과가 없었음을 의미한다.
이 숫자는 건설부의 제2차 국토건설 종합계획상으로 보면 오는 86년의 서울인구 계획 치와 같다. 비단 건설부 예측뿐 아니라 그동안 서울시나 정부기관, 또는 각종 연구기관들의 거의 모든 예측에 비해서도 훨씬 앞지른 인구 증가가 실증됐다.
인구 증가의 속도에서도 최근의 변화는 주목할만하다. 지난 75년 이후 서울의 인구 증가율은 해마다 약간씩이나마 멀어져 왔으나 82년부터 이런 추세가 다시 반복되어 지난해는 3.22%를 기록하게 되었다.
이런 몇 가지 통계들은 결국 인구 이동에 관한 그동안의 수많은 이론과 예측, 계획과 대책들이 거의 모두 한계를 지니고 있음을 얘기한다. 다른 계획에 비교할 때 수도권 인구 대책만큼 여러 기관에서 많은 종류의 계획이 수립되고 실천된 경우도 보기 힘들다. 당사자라 할 서울시는 물론이고 건설부·기획원, 심지어는 총리실 직속기구에서까지 이 문제를 관장하는 전담 기구가 설치되어 있을 정도로 이 문제에 대한 관심만은 지대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제기되었던 수도권 인구억제 대책만 해도 수도권 인구 재배치 계획, 두 차례에 걸친 국토개발 종합계획, 수도권 정비 기본 계획, 수시로 발표된 수도권 인구억제 대책은 물론 농가 소득원 개발 촉진 계획까지 가세하고 있다.
위성도시 개발이 추진되고 그린벨트가 지정되었으며 행정수도 건립 계획까지 제기되었다. 수도권에는 교육시설, 공장 신·증축, 고층건물 신축이 억제되었고 학교와 공장의 이전이 권장되었다.
조세 면에서도 차등 과세로 수도권 이주에 불이익을 주자는 구상도 제시되었고 보험·주거에 대한 차등 혜택도 거론되었다.
그 중에는 그린벨트처럼 일관성 있게 추진된 것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흐지부지되거나 유명무실해진 것들도 많았다.
이런 사정은 흡사 그동안 관계 당국자들은 서울로 사람들이 모여들지 못하도록 막으면서 궁리를 다 짜내는 한편에서는 그것을 무릅쓰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서울로 모여드는 대결의 장처럼 보인다.
이런 상황은 곧 서울 인구의 문제를 기본적으로 공격과 방어의 형국처럼 만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런 형태의 이해 자세나 접근 방식은 서울의 문제들에 대한 정당하고 실효 있는 해결방안의 모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서울로 모여드는 근본 이유에 대해 인식을 명확히 하지 않는 한 방어적 규제적 억제대책은 진정한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적어도 지금과 같은 소득과 지역 개발의 격차를 전제로 하고서는 어떤 인구 이동 억제책도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단순한 교육·문화·경제적 서울 집중도를 의미하기보다는 정치적·사회 경제적 시각의 광역화 여부와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모든 사회 운영방식이 중앙 집권적 서울 중심적 편향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면서 사람들만 시골로, 서울 밖으로 「몰아내려」는 생각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그런 자세는 기득권의 옹호로 오해받거나 기회 균등의 박탈로 오해될 소지조차 안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아무리 강력한 규제적 대책이 나오더라도 당분간은 서울 인구 증가가 계속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오히려 더 현실적일 것으로 보인다.
정책 입안자들의 시각의 광역화, 전국화가 이루어져야 사회 경제적 서울 집중이 완화될 것이고 그래야만 인구 집중도 새로운 변화를 보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단시일 안에 기대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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