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울대 경쟁률 낮추려 … 예상 합격선 부풀린 수험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서울의 한 중위권 사립대 경영학과에 다니는 황모(24)씨는 지난해 4학년 졸업반이 되자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매년 계속되는 취업난이 문제였다. “아무래도 서울대를 졸업하는 게 취업에 유리할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던 황씨는 결국 재학 3년 내내 상상도 하지 않았던 수능재수를 4학년이 돼서야 결심했다. 지난해 12월 3일 수능성적표를 받아든 황씨는 걱정이 더 커졌다. 수능 점수(510점)가 서울대 경영대 합격 예상 커트라인보다 10~20점 정도 낮았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서울대 정시 원서접수가 시작되기 직전인 같은 달 19일 상위권 수험생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오르비스 옵티무스’에 허위 글을 게시했다. “나와 다른 수험생 카페 회원 70여 명이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으며 모두 서울대 경영대와 사회대에 지원할 것”이란 내용이었다.

 그는 또 “이로 인해 경영대와 사회대 합격선이 각각 수능 표준점수 800점을 기준으로 할 때 각각 531점, 528점 가까이 치솟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다른 수험생들이 “70여 명 가까운 ‘만점 회원’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황씨의 글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일부는 “황씨가 경쟁자들의 하향지원을 유도해 본인의 합격 가능성을 높이려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황씨는 커뮤니티 게시판에 수능성적표를 공개했다. 하지만 성적표에 찍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직인이 위조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다른 수험생에 의해 고발당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황씨를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주진화 서초서 경제범죄수사과장은 “어떻게든 서울대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에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며 “황씨가 서울대에 원서를 쓰긴 했지만 결국 합격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황씨는 경찰 조사에서 “가짜 성적표를 홈페이지에 올린 것은 사실이지만 위조는 다른 사람에게 5만원을 주고 부탁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가짜 성적표 공급처에 대해 수사할 방침이다.

  한영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