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선진국의 매력 중에 첫째를 꼽으라면 복지일 것이다. 한 주일에 이틀씩 쉬고, 그나마 일하는 날도 자(척)로 잰 듯이 8시간이면 끝난다. 주 40시간. 아니, 연가를 빼고 나면 그 보다도 적은 시간이다.
그뿐인가 병원에 누워 있어도 보험 회사가 뒷감당을 해주고, 직장을 그만 두어도 걱정이 없다. 나라에서 주는 수당으로도 넉넉히 놀고 먹을 수 있다.
실제로 유럽이나 미국의 유명 도시에 가보면 사람들은 온통 놀기 위해 사는 것 같다. 과연 복지천국이다.
영어의 복지라는 말, 「웰페어」(welfare)의 어원을 보아도 그렇다. 「실컷」 (well) 「놀러 다닌다」 (rare)는 뜻이다.
서양 사람들이 생각하는 복지 개념을 실감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선을 돌려 한자 「복지」의 유래를 보면 「하늘에서 뚝 떨어진 행복」 바로 「복지」다. 복 「복」자나, 복지 「지」자의 상형 풀이가 모두 같다. 하늘이 내려준 것이라는 뜻이다.
어쩌면 오늘의 사람들이 「복지」를 무슨 「공짜」로 생각하는 근거도 여기에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쉽지 않다.
복지의 경우는 더구나 공짜가 없다. 어느 나라 치고 하늘에서 쏟아지는 행복을 국민들에게 나누어준 경우가 있었던가.
스웨덴이 지상 낙원의 복지 국가라지만, 그 나라 국민의 조세 부담률은 52·7%, 사회 보장 부담률은 20·1%. 그러니까 수입이 1백만원인 사람은 72만8천원을 세금과 사회 보장비로 내놓고 자기 지갑에 넣는 돈은 27만2천원 뿐이다.
「경제 기적」의 나라 서독도 예외가 아니다. 조세 부담률 32·2%, 사회 보장 부담률 19·9%, 합 52·1%. 수입의 절반 이상을 내놓아야한다. 프랑스는 서독보다 더하다. 53·6%. 그밖에 영국이 47·8%, 미국이 38·1%.
경제 전문가들은 국민 소득에 대한 조세와 사회 보장 부담률이 45%를 넘으면 「선진국병」의 증후가 나타난다고 말한다. 일하지 않고도 먹고 살수 있는 복지 병.
가령 1백만원의 월급을 받는 사람이 소득세와 각종 보험료 등 45%를 떼고 55만원을 받는다고 치자. 바로 그 사람이 실업을 했을 때 그 수당으로 70만원을 받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일하기 보다 실업 하는 쪽을 기꺼이 선택할 것이다. 그런 나라에 활기가 있을 리 없다. 어슬렁어슬렁 노는 사람들뿐이니!
일본의 경우 조세와 사회 보장 부담률을 합하면 34%.
우리 나라는 아직 「병든 복지」와는 거리가 있다. 조세 부담률 20%, 사회 보장 부담률 1·5% 수준. 합해서 22%쯤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도 복지 연금제 실시를 위한 기획단을 설치, 86년부터 어떤 형식으로든 복지 연금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선진국병의 케이스 히스터리 (병력)부터 분석해 보아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