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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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본심에서 읽은 작품은 『사당화 꽃 그림자』『부동의 땅』『십우도』『자갈치아지매』『크는 산』『남도행』6편 이었다. 6편중 세작품 정도는 어느것을 당선작으로 삼아도 좋을 만큼 일정한 기량과 수준을 보여준 작품들이었다.
『부동의 땅』은 진술체 문장에 느린 속도가 문제. 그 위에 이야기 전개과정에서 전반부와 후반부의 사건·분위기들이 너무 판이하여 역시 균형과 통일성을 잃고 있다.
『십우도』와 『자갈치 아지매』는 수준을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이나 유사한 장면의 반복이 지나치다. 겸하여 인간의 내면 사상을 추적하고 평가·판정함에 있어서는 독자의 충분한 공감을 얻지 못할 경우 그것이 자칫 현학적 소설로 읽어지기 쉽다는 점을 덧붙여 두고싶다.『십우도』의 뜨겁고 깊이 있는 주제, 『자갈치…』의 싱싱한 문장, 읽히는 재미등에도 불구하고 더 좋은 작품에의 가능성을 아끼고자 한것이 선에서 제외시킨 이유다.
『크는 산』은 특별히 흠잡을 데가 없는 완성된 작품이면서도 울림이 크지 못한 소설이다.
『남도행』은 다소간 문학청년적 치기가 엿보이는 표현, 결말부에 가서 여행의 이유를 자기 소심성의 탓으로 반전시키려는대 대한 소설적 효과여부, 「현세의 몫」과 「내세의 몫」에 근거하여 한 지방 사람들의 미륵신앙 사상의 뿌리를 관찰한 작자의 설명에대한 동의 여부 등 몇가지 지적과 의문점들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작가의 늠름하고 화려한 문장, 삶과 사물에 대한 침착한 응시력과 윤리적 대응력, 그리고 무엇보다 전평이 재미있게 읽혀진 한 소설작품으로서의 그 「이유있는 재미」들은 우리에게 이 작품의 미흡점과 의문점들을 작자 자신의 내일의 숙제로 되돌려 주기로 하고『남도행』을 최종 당선작으로 정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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