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탈북자 → 새터민 → 탈북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과거(2005년 1월) 이 난에 ‘새터민은 조어법에 어긋난다’는 제목으로 글을 쓴 적이 있다. 통일부가 ‘탈북자’를 대신할 용어로 ‘새터민’을 선정했을 때였다.

 ‘새터민’은 어색한 말이라는 것이 글의 줄거리였다. ‘새터민’을 분석해 보면 ‘새(관형사)+터(터전)+민(民)’으로 이루어진 말이다. 단어가 결합할 때는 일반적으로 ‘순우리말+순우리말’ 또는 ‘한자어+한자어’ 형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순우리말+한자어’로 된 ‘새터민’은 불편하게 다가온다.

 ‘새터민’을 두고는 말이 많았다. 조어법상 문제도 그러려니와 북한 체제를 거부하고 자유를 찾아온 사람을 경제 난민 취급하는 것이냐는 등 부정적 시각이 적지 않았다. 인터넷에는 "탈북자가 새터민이면 우리는 헌터민이냐”는 비아냥도 나왔다.

 어쨌거나 이후에 ‘새터민’은 정부 문서나 신문 기사 등에서 사용하려는 노력이 없지는 않았지만 자리를 잡지 못하고 ‘탈북자’나 공식 용어인 ‘북한이탈주민’이란 말이 도로 쓰였다. 그러다 최근 들어 부쩍 사용 빈도가 늘어난 것이 ‘탈북민’이다. ‘탈북민’이라면 ‘북한이탈주민’의 줄임말이라 생각해 볼 수도 있지만 ‘탈북국민’이라는 이미지로 다가오기도 한다. 한자어 ‘민(民)’이 ‘국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탈북민’이 지금까지 나온 용어 가운데 가장 나아 보인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이 용어의 문제점이 없지는 않다. ‘탈북민’의 ‘민’을 ‘국민’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면 무사히 한국에 들어와 정착한 사람들에게는 어울리지만 북한을 탈출해 아직도 중국 등지에서 떠도는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다.

 이에 대해 탈북작가인 림일씨는 한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을 탈출해 중국과 동남아 등 외국에 있는 이는 ‘탈북자’로, 대한민국에 입국한 사람은 ‘탈북민’으로 지칭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 ‘탈북민’이 괜찮은 용어이지만 전체를 아우르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고 본다면 이렇게 분리해 부르는 것도 괜찮은 방법으로 보인다.

배상복 기자

▶ [우리말 바루기]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