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全斗煥씨 은닉재산 정말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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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 재산이 2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져 全씨의 재산은닉 가능성에 대한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全씨는 지난달 추징금 환수를 위한 재판을 받으면서 은행예금 29만1천원이 전 재산이라고 진술해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킨 적이 있어 全씨 가족의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관심과 의혹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全씨는 1997년 유죄 확정과 함께 추징금 2천2백5억원을 부과받았으나 14.3%인 3백14억원만 내고 나머지 1천8백91억원을 내지 않은 상태다. 당시 全씨는 정치자금으로 대부분 썼고 남은 돈은 전액 추징당했으며 은닉재산이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은닉재산 추적 전담반을 구성해 운영했지만 별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세간에서 全씨의 주장을 의심하는 이유는 재산이 전혀 없다면서도 씀씀이가 예사롭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잦은 골프 회동이나 해외여행, 경조사비 등 지출 규모가 全씨 주장대로 결코 '빠듯한 생활'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도와줘 생활하고 있다"는 게 全씨 측 해명이지만 액면대로 믿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런 정황에서 가족 명의 재산이 2백억원대라니 의혹이 이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미성년자인 全씨 손자들이 수십억원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소유권 이전 과정을 정밀 조사할 필요가 있다.

全씨 측은 그것이 외할아버지가 물려준 재산으로 全씨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하고 있다. 검찰은 거액의 미수 추징금 추적 차원에서 全씨 측 주장의 사실 여부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全씨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 부인과 아들, 손자의 재산이 수백억원대에 이르면서 법정에서 '전 재산 29만원'하는 식으로 큰소리치는 것은 법정모독이고 국민에 대한 오만이다.

추징금도 일종의 죗값이고 죗값을 다해야 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도리가 아닌가. 지금이라도 全씨는 가족.친지들과 논의해 추징금 납부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