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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말하는 금리인하 1주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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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정부가 금리를 내린 지 일주일이 됐지만 산업현장은 꿈쩍도 않고 있다. 투자 진작은커녕 소비활성화에도 도움이 안될 것으로 보는 등 시큰둥한 분위기다. 일부 백화점은 금리 인하 발표 후 오히려 매출이 줄었다고 한다.

콜금리는 내렸지만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대출금리를 내리지 않아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도 많다. 심지어 "제조업에 투자하면 미친 사람 취급하는 상황에서 금리가 내렸다고 투자가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했다면 그야말로 착각"(A전기 L사장)이란 견해도 상당수다.

경제원론대로라면 금리가 내려가면 소비와 투자 등이 늘어야 한다. 그런데도 수요가 살아나지 않아 "우리 경제가 유동성 함정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금리가 지나치게 낮은 상황에선 아무리 금리를 내려도 소비와 투자 등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투자활성화 효과 없어=금리 인하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되는 우량기업들도 투자를 늘릴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B전자 L부사장은 "문제는 금리가 아니다"라면서 "투자해서 돈을 벌 수 있을지 확신이 안서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친노동자적 정책이나 북한 핵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금리보다 더 중요한 변수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신용정보 유근철 상무는 "유동성이 풍부한 기업들은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고, 자금사정이 나쁜 기업들은 자금조달이 힘들어서, 보통 기업들은 북핵과 경기 불확실 등으로 움츠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D금속 H사장도 "요즘 기업인들은 돈을 끌어올 생각을 않는다"면서 "특히 노조가 경영권에 간섭해 자꾸 나눠먹자고 나서고 있어 기업할 의욕이 없다"고 토로했다.

한계기업들은 질(금리)보다 양(차입규모)이 더 문제라고 말한다. H철강 K사장은 "신용등급이 트리플B(BBB)인 기업들은 요즘 카드채 사태 등으로 회사채 발행이 안돼 리볼빙이 힘든 상태"라면서 "이런 상태에서 금리를 내린다고 투자를 늘리겠느냐"고 반문한다.

◇소비도 꿈쩍안해=한은은 당초 금리를 내리면 가계 소비가 늘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O백화점 C사장은 "매출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면서 "유통업계는 이미 공황이란 말이 나돈 지 오래다"고 말했다.

D백화점 관계자는 "금리 인하 발표 이후 매출이 더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면서 "워낙 소비가 위축돼 있어 금리 인하가 고객의 소비 진작에 도움을 주지 못할 것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 홍순영 상무는 "금리 인하는 가계 부담을 줄여 내수를 살린다는 목적이 컸다"면서 "그러나 가계 부채가 너무 많아 은행들이 대출을 조이는 상황이라 소기의 효과를 거두긴 힘들 것"으로 분석했다.

◇불확실성 제거와 성장엔진=A전기 L사장은 "금리인하보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H철강 K사장은 "최근의 화물연대 운송거부는 경영인들을 더욱 움츠리게 했다"면서 "노조가 언제 파업해 공장이 멈출지 모르는데 설비를 늘릴 생각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정부가 10년 후 무엇을 먹고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B전자 L부사장은 "무슨 사업을 해야 돈을 벌지 막막하다"면서 "나침반 없이 망망대해에 떠 있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관.민이 협조해 차세대 성장엔진을 발굴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일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김영욱.김동섭.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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