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사고, 보험 처리할까 내 돈 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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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운전 경력 4년째인 김모(33)씨는 얼마 전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가다 가벼운 접촉 사고를 냈다. 김씨는 보험처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옆자리에 있던 친구는 "피해액이 50만원으로 소액일 것 같으니 자기 돈으로 처리하는 게 이익"이라고 권했다.

자동차보험 전문가들은 보험처리와 자비처리를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고 말한다. 각 운전자에게 적용되는 할인율이 제각각인 데다 사고 경력 또한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적용되는 할인율(또는 할증률)과 사고 내용을 꼼꼼히 따져보면 어느 정도 '손익분기점'을 계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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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사고 운전 경력

할인율 매년 5~10% 무시 못해

◆ 보험료 할인율도 돈이다=운전자들은 보험처리할 때 보험료 할증을 먼저 생각한다. 그러나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 할증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보험료 할인이라고 말한다.

무사고일 경우 보험료는 1~5년째 매년 10%씩, 6~7년째 매년 5%씩 할인된다. 따라서 7년간 무사고 운전을 하고 8년째가 되면 보험료 적용률은 40%로 최저 수준이 된다. 반면 보험으로 처리한 사고가 많을 경우 적용률은 최고 250%(개별할증률 200%+특별할증률 50%)까지 오른다. 한번 할증된 보험료는 3년간 지속되다 그 사이 다른 할증 요인이 생기지 않으면 다시 할인이 시작된다. 만약 평가기간(보험 계약이 끝나기 3개월 전부터 3년간) 동안 무사고 운전을 한 가입자가 경미한 사고를 내고 보험처리하면 보험료는 오르지 않는 대신 3년간 할인을 받지 못한다. 따라서 할인폭만큼 비용을 지급하는 셈이 된다.

*** 합의금 달라는데

10대 중과실 땐 합의가 나을 수도

◆ 피해자와의 합의가 유리한 사고는=같은 대물사고라 하더라도 음주운전,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같은 10대 중과실 사고를 냈을 때는 특별할증률이 큰 영향을 미친다. 음주운전의 경우 특별할증률이 보험사별로 25~50%에 달한다.

만약 앞의 사례에서 김씨가 음주운전을 했을 경우 보험처리와 자비처리 때의 보험료(5년간 총액) 차이는 140만원에 달한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피해자와 합의하는 게 유리하다. 물론 피해액이 많고 피해자가 무리한 합의금을 요구할 경우에는 보험처리하는 게 낫다.

대인사고는 대물사고와 달리 의사가 진단한 부상급수에 따라 할증 여부가 정해진다. 따라서 경미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피해자와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게 바람직하다.

*** 가해자 누군지 몰라

손해액 vs 할인유예 따져봐야

◆ 가해자 불명사고 무조건 보험처리 말아야=가해자를 알 수 없는 사고의 경우 ▶손해액이 30만원 이하이면 1년간 할인유예 ▶손해액이 30만원 초과 50만원 이하일 때 3년간 할인유예 ▶손해액이 50만원을 넘거나 평가기간 중 2건 이상인 경우에는 10% 할증 등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보험료 적용률이 40%인 계약자가 50만원 정도의 가해자 불명 사고를 보험처리하면 적용률이 최저수준이기 때문에 보험료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면 적용률이 70%인 계약자는 3년간 보험료를 할인받지 못하기 때문에 보험료 인상 효과가 나타난다. 따라서 적용률이 40%인 가입자를 제외한 계약자는 보험처리로 인한 이해득실을 따져봐야 한다. 사고가 나면 바로 보험사에 사고 신고를 한다. 보험사에 신고한다고 해서 해당 사고를 보험처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보험사 직원에게 보험처리와 자비처리 중 어느 것이 유리한지 물어보고 결정하면 된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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