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미국의 우방' 탈락 후보 한국이 2순위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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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물론 여론조사 결과를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 아직 미 국민과 다른 전문가 그룹들은 미국 우방의 탈락 후보로 한국을 앞 순위에 꼽지 않았다. 또 미국의 세계전략적 측면에서 중국과 인도, 일본 등과의 관계가 한국보다 우선순위에 놓이는 것은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런 현상을 안이하게 볼 문제는 결코 아니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다른 전문가 그룹에 비해 가장 먼저 한.미 관계를 생각하고 한국에 대한 여론을 만들어 가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사실 한.미 관계의 이상 징후는 노무현 대통령 취임 후 수시로 나타났다. 정부에서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공화당과 네오콘의 대북 강경파에 의해 주도된 것으로 치부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국 온건파도 한국에 불편함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로 거명되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도 "한국이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자유를 향유할 수 있도록 미국이 지난 수십 년간 쏟아온 노력을 한국민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양국 관계는 역사적 망각상태"라고 지적했다.

현 정권에서의 대미외교는 '자주외교' '동북아 균형자론' 등에서 드러나듯 미국과 거리를 두어 온 과정이었으니 미국의 이런 반응은 예상된 것이었다. 대북 문제에서의 한.미 간 이견과 갈등을 공개적으로 표출한 대가이기도 하다. 이것이 노 대통령이 "지금의 한.미 관계는 적어도 상호 관계"라고 규정한 한.미동맹의 현주소다.

미국에서 이런 여론이 조성되는 것은 결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이 배신감을 느끼지 않도록 조심스럽고 세련된 외교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