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청년층 학력 과잉은 국가적 낭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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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우리 사회의 학력 과잉을 상징하는 단어 중의 하나가 '공시족(公試族)'이다. 7급이나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만 40여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공시 폐인' '공시 낭인'이란 신조어까지 생겼다. 사무 보조직을 모집하는 데 석사.박사 학위를 가진 전문 인력까지 몰려들고 있다. 학력 과잉은 산업구조가 급변하고 상시 구조조정 시대를 맞은 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하향 취업은 모두에게 불행과 고통이다. 학력 과잉 덫에 걸린 당사자들은 직업 만족도와 성취도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들을 고용하는 회사는 궁극적으로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노동력과 기술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로선 사회적 낭비이자 국가 경쟁력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다고 쉽게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지나친 교육열에다 당국의 인력 수요 예측 실패까지 얽힌 복잡한 사안이다.

단순 제조업이 해외로 탈출하는 상황에서 첨단.지식 생산이야말로 유일한 미래 산업이다. 우리가 지혜를 모아 학력 과잉을 미래의 성장 잠재력으로 전환시켜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사자에게 눈높이만 낮추라고 강요해선 안 된다. 지금도 정작 필요한 고급 인력을 못 구해 쩔쩔매는 기업이 무수히 많다. 산업고도화에 맞춰 교육의 질을 높이고 다양화하는 처방이 시급하다. 외국처럼 중.고교 과정에서 한번쯤 학력을 걸러 주는 제도적 장치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인력시장 변화를 도외시한 '교육을 위한 교육'은 끝내야 한다. 학력 과잉은 방치해선 안 될 사회적 재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