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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농약 연쇄 살인 …40대 여성 보험금노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농약을 먹여 연쇄 살인한 40대 여성은 병사로 위장하기 위해 수개월에 걸쳐 국이나 자양강장제에 제초제를 조금씩 섞어 먹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전 남편의 시어머니와 딸도 농약을 먹고 숨질 뻔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이 밝혀낸 노모(44·여·경기도 포천시)씨의 범행은 잔혹하기 그지없었다. 첫번째 살인은 2011년 5월 이뤄졌다. 당시 노씨는 전 남편 김모(당시 45세)씨 집을 찾아갔다가 맹독성 제초제를 섞은 음료수를 냉장고에 몰래 넣어둔 뒤 돌아갔다. 1주일 뒤 이 음료수를 마신 김씨는 구토를 일으키며 즉사했다.

당시 의료진이 내린 사인은 '다발성 장기부전'이었다. 경찰도 외부 침입 정황이 없고 외상 등 저항한 흔적도 없어 자살로 결론을 내렸다. "평소 빚이 많았다"는 가족의 진술도 참고가 됐다. 이후 노씨는 남편이 가입했던 4건의 생명보험에서 4억5000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노씨의 농약 살인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12년 재혼한 노씨는 이듬해 1월 시어머니 홍모(당시 79세)씨에게 농약을 넣은 자양강장제를 먹여 숨지게 했다. 같은 해 8월엔 남편 이모(당시 43세)씨도 국에 제초제를 타 먹여 살해했다. 이번엔 타살 의혹을 받지 않기 위해 몇달간 농약을 조금씩 혼합해 먹이는 수법을 썼다.

병원도 홍씨와 이씨 모두 폐렴으로 숨진 것으로 판단해 경찰에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노씨는 이 때도 3개 보험사에서 5억300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여름에는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친딸(20)에게도 제초제를 섞은 음식을 먹여 입원 치료를 받게 한 뒤 700만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두 남편을 차례로 살해하고 10억원에 가까운 보험금을 타낸 노씨는 이후 백화점에서 수백만원어치 쇼핑을 하고 2000만원짜리 자전거를 구입하는가 하면 겨울엔 매일 스키를 타러 가는 등 호화생활을 누려온 것으로 밝혀졌다. 노씨는 경찰에서 "전 남편은 2008년 이혼한 뒤에도 계속 돈을 달라고 했고 재혼한 남편의 어머니는 나를 무시해 살해했다"며 "이제라도 잡혀 (범행을) 멈출 수 있게 돼 오히려 다행"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노씨가 전 남편을 살해하려고 넣어뒀던 음료수를 전 남편 시어머니도 마셨다가 맛이 이상해 뱉어내 화를 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살인과 살인미수·존속살인 등 혐의로 노씨를 구속한 뒤 또 다른 농약 살인을 저지른 것은 없는지 여죄를 캐고 있다.

의정부=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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