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다나까」(전중)의 압승과 자민당의 패배. 역설 같지만 그게 이번 일본총선의 결산이다.
특히 수뇌사건의 장본인「다나까」 전 일본수상의 압승에 비해 「나까소네」(중증근) 수상의 자민당은 과반수에도 못 이르는 「참패」를 경험했다.
특히「다나까」의 압승은 일본의 정치풍토를 상징적으로 설명해주는 좋은 실례다.
「다나까」는 차점자의 4만8전3백61표보다 무려5배나 되는 22만7백61표를 얻었다.
「다나까」는 이로써 정계데뷔 이래 16선 의원이 되었고 일본정계의 킹 메이커 적인 면모를 다시 과시했다.
그러나「다나까」의 승리엔 여운이 길다. 선거가 시작되기 며칠 전 까지만 해도 당시의 분위기로는 『5백 표도 못 얻을 것 같았다』는 「다나까」자신의 ?양도 그냥 정치적 발언만은 아니다.
70년대 초 그가 수상직에 있으면서 미국록히드사의 항공기 구입추진 댓가로 2백만달러 (16억원)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것이 바로 지난 10월 중순「다나까」를 정죄한 것은 법원만이 아니다. 야당과 매스컴과 여론의 압력은 74년 그를 수상직에서 몰아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는 여론의 지지를 받으며 당당히 승리한 것이 아닌가.
「다나까」의 승리를 일본 정치에서 정치윤리의 패배로 보는 사람도 있다.
저명한 소설가이자 정치인 「노사까」(야판소여)의 낙선이 그걸 설명한다. 그는 자기고향에서 부도덕한 「다나까」체제를 용납할 수 없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참의원직마저 사임하고 도전했다가 9명의 입후보자중 7위에 머물러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그 사실을 두고「이시바시·마사시」(석교정사)사회당 당수는 시니컬하게 야유를 퍼부었다.
『이번 선거는 일본인들이 막부 쇼오군(장군)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일본정치를 승인한 것이었다.』
「쇼오군」은 두말할 것도 없이 정치무대의 뒤에서 일본정치를 주물러온 「다나까」를 지칭한 것이다.
과연 「다나까」의 고향 니이가따껜(신석현)은 일본북부의 후미진 벽지. 보수성과 지방색이 유난한 고장이다.
명치유신의 회오리 속에서도 최후까지 막부의 지지세력으로 남아있었던 번이란 전통을 갖고 있다. 「다나까」의 압승은 야당공세에 반발한 고향 지지자들의 동정과 결속의 덕이다. 이방인을 적대시하며 자기네끼리 똘똘 뭉치는 일본인 양성의 표현이다.
로컬리즘(지방주의) 과 인정은 일본 정치풍토의 핵심이다.
「다나까」만이 아니라 그의 계보인물이 모두 선전했던 것은 윤리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일본인 기질의 표현이다.
첨단기술개발과 민주정치 전통을 자랑하는 경제대국 일본도 결국 정치 후진국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일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