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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은 "현금 넣어줄 테니 빌려 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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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국씨티은행이 과도한 신용카드 마케팅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고객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전화를 해 카드대출을 받으라고 강권하다시피하는가 하면, 옛 한미은행과 씨티은행 서울지점의 통합을 이유로 고객에게 신용카드 교체 발급을 요구하기도 한다.

주부 이모(36)씨는 며칠 전 씨티은행 직원에게서 "신용구매 한도만큼 계좌에 싼 금리로 현금을 넣어줄 테니 쓸 생각이 있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이씨는 "필요 없다"고 했지만 씨티은행 직원은 집요하게 "현금서비스의 절반 금리로 빌려주겠다"며 대출을 유도했다.

씨티은행의 이 상품은 신용구매 한도 안에서 연 11%의 이자율로 현금을 빌려주는 서비스다. 보통 카드의 현금서비스 이자율은 연 19~20%에 달한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이 서비스는 고객이 은행을 방문할 필요 없이 돈을 빌릴 수 있는 장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전화로 본인을 확인한 뒤 통화 내용도 녹음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고객들의 얘기는 다르다. 회사원 이모(33)씨는 씨티은행에서 수시로 걸려오는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 씨티은행 직원은 "특별히 싼 금리로 모신다"며 현금서비스 사용을 부추긴다고 전했다. 김씨는 "연 11%가 무슨 싼 금리냐며 설전을 한 뒤 다시는 전화하지 말아 달라고 했지만 계속 전화가 온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고객 정보를 활용해 무차별적으로 텔레마케팅하는 것이 불법은 아닌지 금융감독원에 문의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옛 한미은행의 백화점 연계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회사원 박모(30)씨는 최근 씨티은행 카드사업부 소속 직원에게서 "통합 은행 출범으로 한미은행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씨티은행에서 발급하는 백화점 연계 리볼빙 카드로 바꿔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박씨가 "통합 은행 출범 1년이나 된 시점에서 그러한 요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따지자 이 직원은 "교체하기 싫으면 카드를 계속 써도 된다"고 말을 바꾼 뒤 전화를 끊었다.

리볼빙 카드는 고객이 결제 대상 기간에 사용한 금액 중 일부만 결제일에 내고 나머지는 일정 기간 이후에 지급하는 상품으로 통상 연 10~20%대의 리볼빙 수수료를 내야 한다.

4월엔 씨티 골드카드를 쓰던 회사원 오모(43)씨 집으로 갑자기 플래티넘 카드가 배달됐다. 오씨는 "동의 절차 없이 플래티넘 카드가 배달됐다"며 "카드를 사용하지도 않았는 데 곧바로 연회비가 빠져나가 어쩔 수 없이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래티넘 카드의 연회비는 10만원을 넘어 1만원 수준인 골드카드에 비해 상당히 비싸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씨티은행의 신용카드 마케팅은 관련 법규나 상도의에 어긋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금융 감독당국이 왜 이를 방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카드를 전환할 때 고객에게 충분히 고지해야 하는데 그런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문제인 만큼 사실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김창규.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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