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달성습지 복원 중단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시민단체가 대구시가 2년째 추진 중인 달성습지 복원이 오히려 생태계를 파괴한 실패한 사업이라며 공사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구 환경운동연합.경실련은 17일 성명을 내고 "달성습지 복원은 실패한 사업으로 더이상 예산을 낭비하지 말고 현 상황에서 마무리해야 한다"며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달성습지 복원은 대구시가 75억원을 들여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달서구 호림동과 달성군 화원읍 구라리 일대 5만3000여평에 3곳의 생태습지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2007년 말 완공을 목표로 지난해 1월부터 공사가 시작돼 폐쇄형 습지 2곳과 개방형 습지 1곳이 조성되는 등 현재 40%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이 중 개방형 습지는 너비 300m 길이 450m(2만4300평), 폐쇄형 습지는 너비 80~150m 길이 100~170m(9820평) 규모다. 지금까지 투입된 예산만 33억8200만원이다. 그러나 대구시가 개방형 습지에 심은 물억새 4000포기, 부들 2200포기, 갈대 1000포기 등 1만4150포기가 모두 말라 죽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호강에서 들어온 물이 잘 빠지지 않는 등 강물 순환이 이뤄지지 않아 부영양화로 수질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폐쇄형 습지는 더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6월 공사가 마무리됐으나 물이 고이지 않아 지금은 모래사장으로 변해 버렸다. 펌프를 이용해 금호강 물을 끌어올리지 않는 한 습지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습지 주변의 하천부지도 공사로 인해 모래밭으로 변한 상태다.

이 같은 문제점은 환경전문가 등 9명으로 구성된 모니터링위원회가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조사한 내용으로, 대구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은 "달성습지 복원은 강에 연못과 구덩이를 판 것에 불과하고, 막대한 예산만 날린 꼴이 됐다"며 "문제점을 철저히 규명해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시는 애초 이곳 습지를 복원해 생물 다양성을 확보하고 수질을 정화토록 하는 한편 조류관찰 학습장 등을 설치해 생태관광 명소로 꾸밀 계획이었다. 대구시는 그러나 내년에 수로형 습지(19만80평) 토목공사를 재개하겠다며 지난달 대구시의회에 19억원의 예산을 신청했다.

대구시 권대용 환경녹지국장은 "애초 이 사업을 제안한 환경단체 등이 문제를 제기한 만큼 연말까지 토론회 등을 거쳐 공사재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황선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