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가족의 추적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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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현자와 지자를 가르는 척도의 하나로 사고의 포괄성을 들수있다.
지자는 주어진 상장에서 최선의 방책을 찾아내지만 현자는 과거와 미래까지도 함께 계산에 넣어 대처해간다는 뜻이다.
KBS가 약6개월에 걸쳐온 이산가족찾기운동이 15∼16일 여의도 만남의 광장 스튜디오에서 「민족이산 ‥ 현실과과제」를 주제로한 세미나를 가짐으로써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된다.
지난 6월30일 6·25 33주년 특별프로그램으로 기획된 이래 TV방영 1백36일, 만남의 광장 설치·운영등 다각도에서 펼쳐진 이산가족찾기운동은 TV의 위력과 함께 공영방송이 나가야할 길이 무엇인지를 제시해준 이정표였다.
KBS의 이 운동은 전후세대들에게 전쟁의 비극을 새삼 일깨워 주는데 공헌했음은 말할것도 없거니와 특히「생이별」의 고통에서 1만여가족을 건져낸 공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날레를 남겨둔 지금 일말의 아쉬움이 남는 것은 이에 대한 장기적 연구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끝나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30여년을 전혀 모르는 남으로 살아온 사람들끼리 5분도 안되는 사이에 언니·오빠·동생이 되었다. 서로 다른 사회·경제적지위·나이·규범·문화를 지닌채 「물보다 진한」관계로 다시 만난 것이다.
30여년만에 새로 이루게된 일가족-이를 사회학적 용어로는 The Remaking Famtly라 부른다-에 대한 연구는 「상봉」만큼이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최근 학계에서는 일부 매스컴학자를 중심으로 상봉가족에 대한 연구가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상봉을 중심으로하여 매스컴학자들은 만남이전에서 만남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사회·인류학자들은 상봉이후의 가족규범변화·사회화등을 연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같은 학계의 요청은 때늦은 감마저 있다. 이스라엘 히브루대 커뮤니케이션학자인 「라이오트·키츠」같은이는 이산가족방송이 세계에 알려지기가 무섭게 연구준비에 착수, KBS에 자료요청을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산」이 우리의 아픔이었다면 이제 「상봉」을 통해 상처가 아물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데 초점을 맞추어야한다.
이산가족찾기운동은 일단 끝났지만 KBS는 이의 뒤를 지켜보는 학문적 연구의 뒷받침에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것 같다.
그것이 바로 국민화합의 엄청난 전기를 맺음하는 도덕적책임을 다하는 길일뿐 아니라 지자로 뛰어넘어 현자로 다가가는 길이 되기도 하는 때문이다. <홍은웅 문화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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