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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도 결론 못 낸 '김영란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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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새누리당이 27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 처리 방향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현재 김영란법은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데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무위에서 넘어온 원안을 최대한 고수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소속인 이상민 법사위원장과 법사위의 일부 새누리당 의원은 정무위 원안을 수정하자고 주장해 논란이 뜨겁다. 이에 새누리당도 이날 정책의총를 열어 당 차원의 논의를 벌였으나 의원들끼리 견해차만 확인했다.

 김무성 대표는 신중론을 제기했다. 김 대표는 의총 공개발언에서 “김영란법에 대해 찬성하면 선이고 문제가 있다고 얘기하면 악이라는 이분법 기류가 형성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잘못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 분위기에 밀려 통과된 국회선진화법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면서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는지 경험하고 있다. 또 공직자윤리법 중 주식백지신탁법은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평가되고 있다”며 “법의 실효성을 높이고 입법취지를 최대한 살리려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명하고 깨끗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법은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우리 사회의 문화를 크게 바꾸는 법을 만드는 데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김영란법이 이대로 통과되면) 명절 때 팔리는 선물용 농수산물이 전부 다 없어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진 비공개 의총에선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특히 검사 출신이 잇따라 나서 김영란법의 부작용 가능성을 지적했다. 권성동 의원은 “김영란법은 가족관계파괴법, 행정부강화법, 내수경제위축법”이라며 “법 적용 대상을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까지 확대하면 자칫 국회가 외부에 화풀이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남 의원은 “반국가단체 활동을 하더라도 직계 존·비속의 경우 신고를 안 하는 것을 허용하는 게 우리나라 형사법체계”라며 “가족이라도 신고 의무를 둔 김영란법은 가족해체법”이라고 비판했다. 정미경 의원은 “지역구 국회의원은 민원사항을 행정부처에 전달하는 것조차 불법이 되니 지역구 활동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검찰 출신인 박민식 의원은 “법조인의 눈높이에서 보면 안 된다. 부패척결은 국민적 명령이기 때문에 입법적 결단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원진·함진규 의원 등도 “이미 야당이 2월 국회 처리 당론을 정해버려 마치 우리가 법안 처리를 발목 잡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아직 정무위에서 논의 중이면 몰라도 법사위로 넘어간 이상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한 시간여의 토론에서 찬반이 계속 맞서자 유승민 원내대표는 일요일인 다음달 1일 저녁에 다시 의총을 열어 끝장 토론을 하기로 결정했다. 유 원내대표는 “김영란법을 2월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을지는 1일 토론에서 결정 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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