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1호기 2020년까지 계속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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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수명 30년을 다해 가동이 중단됐던 원자력발전소 월성1호기가 재가동된다. 가동정지 시점(2012년)을 기준으로 10년 뒤인 2022년까지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르면 4월께 원전을 재가동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이은철)는 26일 제 35회 전체회의를 열고 월성1호기 계속운전 허가(안)를 심의했다. 지난달과 이달 초에 이어 세 번째 심의였지만 위원들의 의견이 모이지 않자 이은철 위원장은 27일 오전 1시께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그 결과 총 9명의 위원 가운데 7명이 찬성표를 던져 안건은 의결됐다. 야당 추천 위원 두 명은 “충분히 논의가 안된 상태에서 표결을 강행하려 해 불참하기로 했다”며 퇴장했다.

설계수명이 끝난 원전이 재가동되는 것은 지난 2007년 고리1호기에 이어 두 번 째다. 하지만 당시 재가동을 결정한 원안위는 과학기술부 장관이 당연직 위원장을 맡았다. 정부와 여ㆍ야가 추천한 인사들로 구성된 원안위가 계속운전을 결정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 결정은 고리1호기 등 다른 노후원전 처리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원안위는 이번 결정에 대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계속운전 심사와 전문가검증단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계속 운전에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의 핵심 쟁점은 원자로 격납건물 안전기준 중 R-7 조항이었다. R-7은 월성1호기 공급국인 캐나다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새로 도입한 최신 안전기준이다. 야당 추천 위원들은 “월성 2~4호기와 달리 1호기는 R-7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원안위 결정은 “노후설비를 다 바꿔 ‘알맹이’는 새 것이나 다름없다”는 한수원 측의 주장을 받아들인 셈이다.
한수원은 월성1호기 가동중단에 앞서 5600여억 원을 투자해 대대적으로 설비를 교체했다. 2005년 압력관을 전량 교체했고, 발전소를 제어하는 전산기도 새것으로 바꿨다. 월성1호기 원자로를 제작하고 이후 재정비를 담당한 캐나다업체 캔두에너지의 프레스톤 스와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재정비를 끝낸 뒤에는 완전히 새 원전이 됐다”고 주장했다. KINS는 2년여간 이를 실사한 뒤 “계속운전에 적합하다”고 원안위에 보고했다. 이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한 원안위원은 이에 대해 “여러 전문가가 장기간에 걸쳐 심사를 했고, 그간 제기된 의문에 대해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놨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월성1호기의 영구가동 중단과 폐로(廢爐)를 주장해 온 반핵단체와 지역 주민들은 원안위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스트레스테스트에 참여한 민간검증단이 KINS와 달리 32건의 안전 개선사항을 지적하며 “계속 운전시 안전성 보장이 어렵다”고 주장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환경운동연합은 26일 한 원안위원에 대해 지난 2011년 신규 원전 부지선정위원으로 활동했던 전력을 들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심사를 진행하기에 부적절하다”며 기피신청을 냈다. 전날 원전 주민과 공동으로 서울행정법원에 이 위원의 임명무효 확인 소송과 효력정지 신청도 냈다. 원안위는 이에 대해 “원전 사업자가 아니라 국가를 위한 활동으로 판단되며, 법원의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는 자격을 유지한다”며 기피신청을 기각했다.

월성 1호기는 설비용량 67만9000kW로 1983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해 2012년 11월 가동이 중단됐다. 한수원은 2009년 계속 운전을 신청했지만 후쿠시마 사태와 원전 부품비리 등의 영향으로 결정이 미뤄져 왔다.

김한별 기자, 세종=박유미 기자 idst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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