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북정보 수집능력 논란

중앙일보

입력

길재경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의 미 망명설에 대해 정부 당국은 17일과 18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 정부의 정보수집 능력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길재경이 이미 2000년에 사망했음을 파악하지 못해 17일과 18일 일부 신문과 방송이 대서특필하는 것을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고위 관계자는 18일 오전 길재경의 행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확인되지 않고 있다. 확인되고도 밝힐 수 없다면 말할 수 없다고 하겠지만 이번 것은 아는 바가 없다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다른 정부 관계자는 17일 "지난해 길재경의 사망설이 나돈 적이 있다"고 말하고 "망명설이 확인은 안 되지만 신중히 다룰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던 정부는 18일 오후 길재경과 함께 망명설이 나돈 한명철 북한 조광무역 부사장이 "길재경이 이미 사망해 애국열사릉에 묻혀 있다"는 발언을 한 뒤부터 비공식적으로 사망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조금씩 말을 바꾸었다.

이와 관련, 한 당국자는 "솔직히 언론이 너무 세게 치고 나오니까 자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길재경 부부장이 이미 사망한 사실을 알고도 말못할 사정 때문에 이를 밝히지 못한 것 아니냐는 추정도 일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대북 정보에 가장 정통한 국가정보원의 吉부부장 파일에는 '2000년 6월 당 중앙위원'이 마지막 경력사항으로 올라 있다.

국정원의 인물파일 정리 관행으로 볼 때 이미 1988년 노동당 중앙위원직을 얻은 吉부부장의 직함을 다시 기록해 놓은 것은 그의 신변에 뭔가 특기할 만한 변동이 있었음을 의미한다.
이영종 기자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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