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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밤 사흘낮 무릎맞대고도 진전없는 예결위절충|개미 쳇바퀴 돌 듯 '동결,'삭감',만 외치다 막다른길로|“국민부담을 덜어보자”는 절충대신 “어떻게 무사히 넘기느냐”에 더 골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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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새해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사흘밤낮에 걸친 대공방은 결국 접점없는 표결처리로 끝나게 됐다. 30일 하오부터 1일 새벽까지 장장 10시간 동안 이어진 3차례의 총무회담에서 여야총무들은 손댈곳이 별로 없는 동결예산이지만 그래도 어느 구석인가는 국민부담을 다소나마 덜어보자는 차원높은 절충대신 『어떻게 하면 소리를 안내고 예산안처리를 무사히 넘기느냐』는 형식논리의 정립에 더 골몰한 인상이다. 30일 저녁 세번째로 속개된 회담에서 민한당은 5백억원의 세출·세입삭감안을 최종카드로 제시 이에 맞서 민정당측은 세입은 손대지 않고 세출쪽에서만 2백억원의 삭감안을 절충안형식으로 내놓았지만 이는 예산안이 원안 그대로 밀어 붙여질 경우 『불참수 밖에 없다』는 야당측에 참여의 명분을 주기 위한 최소한의 삭감 제스처였다.
○…『동대문시장의 에누리가격이 정찰제로 바뀌었 듯이 우리 예산도 정찰제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이종찬민정총무와 『정찰제도 정찰제 나름』이라는 임종기민한·김종하국민총무간의 입씨름으로 시작된 것 총무회담은 하오 3시 조금 넘어 약1시간동안 계속.
2차회담에서 임총무는『정부원안을 놓고 소위에서부터 다수결로 밀고 가겠다는 것은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무시한것』이라고 최소한의 삭감을 강력히 요청하면서 여당측이 원안표결을 강행하겠다면 야당은 대항수단으로 소위는 물론 재무위·예결위·본회의에도 불참할수밖에 없다고 으름장.
이에 이민정총무는『단독으로 결정키 어려우니 1시간정도의 여유를 달라』면서 정회를 요청.
○…저녁식사후 하오 8시20분께 속개된 3차회담은 김종호예결의원장·정재철재무위원장· 최영철세법심사소위 위원장등도 수시로 참석, 여당측 논리를 뒷받침했고 신병현부총리와 김만제재무장관도 합석, 미니 예결위 형식의 예산공방을 전개.
여당측은 이자리에서 야당의 5백억원 삭감에 처음으로「세출쪽에서만 2백억원 삭감」카드를 제시.
신부총리는 이와 관련, 『정부의 흑자 예산고수는 불변』이라며 『그러나 세출쪽에서의 부문간 조정은 얼마든지 받아들이겠다』고 해 여당의 소규모 세출삭감을 뒷받침.
이러한 여당측의「세출쪽삭감」전략은 이날 하오6시 플라자 호텔에서 있은 권익현사무총강과 신부총리등 정부·여당 수뇌진 회동에서 4백억원정도 조정해 l백억원정도는 순감이 가능하다는 사전합의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심야의 재무위소위에서 정부·여당측이 세출동결을 고수하면서 세입쪽에 다소의 융통성을 시사한 것과는 정반대양상이 된 배경에 대해 정부 여당은『야당이 세입삭감카드로 제시한 부가가치세 세수목표의 하향조정은 세정측면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이며 부가가치세의 세수축소는 법개정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주장.
이에 맞서 민한당측은 재무위소위의 홍사덕의원을 눌러 올려 반대 토론을 전개.
홍의원은△79년∼82년 부가세징수실적이 마이너스3%에서 플러스15%까지의 오차가 있었고△경기가 갈 풀리느냐 못 풀리느냐에 따라 부가세 실적이 변하게 마련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정부의 추계에 의한 목표의 상하향 조정이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느냐고 추궁. 그러나 정부·여당측은『그것은 논리를 위한 논리일 뿐』이라며 수용을 거부.
자정이 가까워 지도록 협상진전이 없자 여당측은 하오11시30분께 정재무위원장으로 하여금 재무위 시한을 1일 낮12시까지 연장토록 조처.
이어 여야총무들은 세출쪽에서 야당이 요구한 5백억원 삭감과 여당측이 제시한 2,3백억원의 삭감카드를 예결위의 계수조정소위에 넘겨 정부측과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하도록 지시한뒤 1일 상오 총무회담을 다시 열어 최종 결판을 내기로 한 뒤 새벽 1시께 산회.
○…여야가 당초부터 한계가 분명했던 새해 예산안처리를 둘러싸고 3일간의 심야 협상을 강행한 것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흔적이 나마 남기려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야당측은 『아무리 동결예산이지만 원안대로 넘겨서야 국회예산심의권은 어떻게 되느냐』는 정치적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
여당의 입장에서도 사실상 내년이 선거의 해라는 점을 감안하면 『흑자규모를 축소해 국민세 부담을 줄이자』는 야당의 정치공세를 무조건 일축하기보다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 심의했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줘야한다는 현실도 다소는 고려할 수 밖에 없었다.
뿐만아니라 여당측은 어차피 만장일치 통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야당의 불참사태만은 피해 그동안. 표방해온 대학정치의 맥을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도 안고 있다.
○…민한당은 당초 5백억원 삭감이 관철안되면 예산안 처리과정에 불참하겠다고 했지만 1일 여당측이 민한당원내 대책회의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국민당과 의정동우회의 지원을 얻어 세입예산안의 표결처리를 강행한다는 방침아래 재무위소위를 소집하자 자세가 바뀌기 시작.
김병오의원등 재무위 소속 일부의원들로 부터 『기백억원의 세출삭감에 연연하지말고 차라리 들어가 반대토론을 하는것이 떳떳하다』는 발언이 나오는등 분위기가 참여쪽으로 다소 기울자 임총무는 이에 힘을 얻은 듯 상오11시30분께 이민정총무에게 전화를 걸어『일방통행
을 하지 말고 정치적으로 해결하자』며『하오3시까지만 재무위를 연기해달라』고 요청. 국민당도 이날상오 김종철총재가 이례적으로 국회국민당총재실에 나와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한 끝에 들어가서 반대입장을 밝히는 쪽으로 결론. <유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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