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교사 퇴출장치 없는 교육부 평가제 효과 없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1면

교원평가제의 산증인인 정 교장은 "문제가 있는 교사 1%만이라도 퇴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후속조치 없는 현재의 교원평가안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거다. 그걸 강행한다고 큰소리치는 교육부나, 머리 깎고 반대하는 전교조 교사나 이해하기 어렵다."

교원평가의 산증인인 서울 중앙고 정창현 교장은 최근 논란의 대상인 교원평가 시범실시에 대해 이렇게 쓴소리를 했다. 정 교장은 1995년 교원대 학장을 그만두고 서울 중동고 교장으로 부임해 교원평가제와 씨름했다. 이듬해인 96년 평가제를 도입했고, 중앙고로 옮긴 올 1월까지 교장으로서 제도를 정착시켰다. 지난해 초엔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원평가안 작업에도 자문했다.

그런 그가 교육부의 교원평가 시범실시안을 평가절하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어디 가나 적어도 교사의 20% 정도는 개선할 생각보다는 현상 유지에 관심이 많다. 이들을 교단에 그대로 있게 해선 개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 중 일부이긴 하지만 개선 노력을 하기보다는 세 규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교사도 있다." 정 교장의 생생한 체험담이기도 하다.

그는 합격.불합격을 가르는 제대로 된 연수, 그리고 극소수이긴 하지만 무능력 교사를 교단에서 떠나게 하는 등의 평가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런데 교육부 안엔 그게 없다는 것이다. "외국에선 (무능력 교사의 경우) 수업을 안 시킨 채 연수를 받도록 하고 연수 성적이 미달할 경우 퇴출시키는데 우리는 (평가안을 교사) 스스로 보고 말게 할 뿐인데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정 교장은 "지금처럼 연간 몇 시간만 채우면 그만인 연수로는 안 된다"며 "문제가 있는 1%의 교사만이라도 몇 년간 상징적으로 교직을 떠나게 하면 교단 분위기가 확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그가 중동고에 정착시킨 교원평가제는 현재 학교 현장에서 시행 중인 교원평가제 가운데 가장 '과격'한 편이다. 교육부의 시범실시안이 평가 결과를 단지 당사자에게 통보해 참고용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중동고의 평가 제도는 동료교사 평가(40%)와 과장.부장.교감.교장의 평가(각각 15%)를 반영한다. 연말마다 교사들을 세 등급으로 나누며 평가 결과는 인사와 급여에 영향을 미친다. 연말 성과급 지급이나 해외연수에도 반영된다.

정 교장은 "평가 덕분에 교원들이 긴장하고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중동고의) 교원평가제가 교사들의 불만과 반발로 많이 후퇴했다"고 토로했다. 평가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이유로 단순화했으며, 동료평가도 새로 도입해야 했다고 한다. '보통(N)' 등급을 받는 사람이 15% 정도에 불과했는데 절반(50%)으로 늘렸다. "'보통' 등급이 적으면 위화감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으니 늘려 달라는 요구가 많았다"며 "우수교사상을 3년 정도 시행하다 중단한 것도 받는 사람이나 지켜보는 사람 모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사가 동참하지 않으면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 그러나 지금 제도론 교사가 동참한다 해도 효과가 없다"며 "법을 만들거나 고쳐 제도적으로 강력하게 하든지, 아니면 오히려 단위학교에 맡겨 조용히 하는 게 방법일 것"이라고 했다.

고정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