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심장수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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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심장병을 앓고있던 우리나라의 두 어린이가 귀국길의「레이건」대통령부처를 따라나섰다.미국에 데려가 치료를 해준다니 퍽 고마운일이 아닐수 없다.
우리가 스리랑카어린이의 심장수술을 해주듯 인술을 통한 국제교류라는 생각도 되지만 이번의 경우 그 사연뒤에는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심장수술하나 제대로 할수없을 정도로 우리의 의학수준이 낮은것같은 인상을 국내외에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심장수술수준은 결코 낮지 않다.
국내에서 59년에 첫 개심술이 시행된이래 60년대 l백54예, 70년대 1천8백65예, 그리고 80년대에는 지난 5월말까지 4전61예로 60년대의 한해 15예에서 이제는 한해 1천5백∼1천8백예를 기록할만큼 성장했다.
이러한 양적인 발전과 아물러 질적수준도 크게 향상돼 수술기법의 기준이 되는 사망률이 60년대의 29·9%에서 80년대에는 8·0%로 낮아졌고 지난한해 6백예를 기록한 서울대병원은 6·7%를 기록했다. 이정도면 결코 미국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더욱 이번의 두어린이처럼 비행기트랩을 쉬지않고 오르고, 기내에서 뛰어다니며 재롱을 피우고 있는 정도라면 성공률은 훨씬 높아진다. 지난해 서울대병원의 경우 선천성심장기형중 심실중격결손증등 이같은 비청색증군 수술은 3백9예중 98·4%의 성공률을 보였다.
국내의 수술비는 대개 3백만∼4백만원에서 조금 큰 수술은 8백만원선이다. 이번 두어린이를 위해 소요된다는 미국의 수술비라면 국내에서는 10명의 선천성심장기형아를 살려낼수 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돈에 있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약 5만명의 환아가 있으며 출생아의 0·8%가 선천성 심장기형이고 이중 절반은 조기사망해 한해 약2천5백명의 환자가 생긴다.
이가운데 절반겅도는 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역시 돈때문이다.
미국·일본·프람스등 대부분의 선진국에는 심장재단등 사회적인 조직이 있어 이곳에서 어린이들의 수술비를 보조하고 있다.
이들 재단에는 사회각계로부터 기부금이 들어오고 기부금을 낸 사람들은 자신의 돈으로 한 생명을 건지는것에 만족해한다.
이미 중진국에 들어섰다고 자랑하는 한국이 언제까지 우리어린이의 생명을 건지는데 남의 도움을 받아야만 되는것일까.
어린이날의 뗘들썩한 행사나 어린이헌장을 들먹이기보다 단 몇명의 선천성어린이의 생명을 구해주는것이 더값진일이 아닐까. <신봉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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