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분수대

100 - 1 = 0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5면

중국에 '차부둬(差不多)' 선생이 살았다. 이름 풀이를 하면 '차이가 별로 없다' '그렇고 그렇다'는 뜻이다. 그의 행동은 이름을 닮았다. 어머니가 백설탕을 사오라고 하면 흑설탕을 사왔다. 꾸중을 들어도 똑같은 설탕인데 무얼 그러느냐며 딴전을 피웠다. 커서는 회계사로 일하며 '십(十)'과 '천(千)'을 종종 바꿔 썼다. 주인이 화를 내면 '한 획 차이에 불과한데'라며 투덜거렸다. 그런 그가 병이 났다. 가족에게 '왕(汪)'씨 성의 의사를 모셔오게 했다. 한데 수의사인 '왕(王)'씨를 잘못 데려왔다. 결국 병든 소 취급을 받다 죽게 된 차부둬 선생이 마지막 말을 남겼다. "산 자나 죽은 자나 별 차이 있겠는가. " 후스(胡適)의 '차부둬 선생' 이야기다. 20세기 초 중국인의 '대충주의'를 통렬하게 비판했다.

중국이 21세기 들어 '디테일(Detail.섬세함)'을 강조하고 있다. '100-1=0'. '디테일의 힘'이란 책으로 중국 대륙을 휩쓸고 있는 왕중추(汪中求)의 계산법이다. 산술적으론 '100-1=99'가 맞다. 그러나 인생에선 '100-1=0'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1%의 실수가 100%의 실패를 낳는다. 경쟁사 제품에 1% 못 미칠 경우 그 제품이 설 시장은 없다는 것이다.

왕중추는 '중국 디테일'의 대가로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총리를 꼽는다. 저우는 외국 손님과의 만찬에 앞서 주방을 찾곤 했다. "국수 한 그릇 말아주게. " 영문을 알 수 없었던 주방장은 나중에 까닭을 알았다. 저우는 먼저 간단하게 요기를 한 뒤 실제 연회에선 거의 먹지 않고 손님 식사를 챙기는 데 온 신경을 썼다.

중국의 유명 기업들도 디테일 강화에 적극적이다. 아시아 최대 PC 생산업체 '롄샹(聯想)'은 간부회의에 지각하는 사람에게 '10분간 서서 회의하라'는 벌칙을 만들었다. 류촨즈(柳傳志) 회장도 벌을 받았다고 한다.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Haier) 총재인 장루이민(張瑞敏)의 취임 일성 또한 "공장 아무 곳에나 소변 보지 말라"는 작은 일이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한 노동자의 체불 임금 2240위안(약 29만원)을 대신 받아주기도 했다.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해야 큰 일을 이룰 수 있다"는 저우언라이의 말을 따랐다는 평가다.

중국이 '대충주의'에서 벗어나 '디테일'까지 갖추면 우리가 설 자리는 어딜지 모르겠다.

유상철 아시아뉴스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