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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골프 여제, 거침없이 '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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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리디아 고가 22일 호주여자오픈에서 안경을 벗은 뒤 처음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J골프 캡처]

10대 골프 여제 리디아 고(18·뉴질랜드)가 롱런의 기틀을 잡았다. 22일 호주 멜버른의 로열 멜버른 골프장에서 벌어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리디아 고가 우승했다. 최종라운드 2언더파, 최종합계 9언더파다. 7언더파의 양희영(26)을 2타 차로 제쳤다.

 리디아 고의 LPGA 통산 6승이다. 지난 1일 세계랭킹 1위에 오른 후, 또 뿔테 안경을 벗은 후 맛본 첫 우승이기도 하다. 리디아 고는 개막전인 코츠 챔피언십에서 최종라운드 선두로 출발했다가 17번 홀 더블보기로 최나연(28·SK텔레콤)에게 역전패한 아쉬움을 씻었다. 올 시즌 3개 대회 모두 톱 10에 드는 꾸준함도 보였다.

 한국(계) 선수들은 올 시즌 LPGA 투어 3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다. 개막전에서 최나연이, 바하마 클래식에선 김세영(22·미래에셋)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리디아 고와 챔피언조에서 함께 경기한 아리야 주타누간(20·태국)은 거물이다. 아마추어 시절 리디아 고, 김효주(20·롯데)와 함께 빅스리였다. 2012년 US아마추어 오픈에서 일합을 겨뤘는데 예선에선 김효주가 1위, 주타누간이 2위, 리디아 고가 3위를 했다. 결승 토너먼트에서는 리디아 고가 4강에서 주타누간을 3홀 차로 여유 있게 꺾었고 우승했다. 김효주는 8강에서 탈락했다.

 아리야는 300야드 장타를 칠 수 있고, 여자 선수로는 드물게 2번 아이언을 쓴다. 왕년의 장타자 로라 데이비스(52.영국) 혹은 그 이상의 선수다. 스테이시 루이스는 “아리야는 남자 선수같다”라고 했다. 아리야는 LPGA 투어 조기 입회가 거절됐고, 어깨까지 다치면서 한동안 쉬었지만 LPGA 투어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거물이다. 이번 대회는 리디아 고와 LPGA 회원이 된 괴물 아리야와의 첫 대결이자 기싸움이었다.

 첫 홀 두 선수는 긴장한 듯 함께 보기를 했다. 그러나 리디아 고의 면돗날 같은 샷이 금방 나왔다. 짧은 파 4인 3번 홀에서 웨지 샷을 그대로 홀에 집어 넣어 이글을 잡았다. 이번 대회에서 두 번째 나온 리디아 고의 샷 이글이었다. 주타누간은 5번 홀에서 자신의 장기인 거리에 발목이 잡혔다. 3번 우드로 쳤는데도 페어웨이를 지나가 러프에 빠졌다. 거리가 257m나 나왔다.

 리디아 고는 8번 홀에서 위기를 맞았다.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맞고 튕겨 넘어갔다. 세 번째 피치샷은 그린에 올라가다 굴러 내려왔다. 그러나 4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 보기 퍼트를 우겨넣었다. 리디아 고는 10, 12번 홀에서 버디를 잡으면서 주타누간을 완전히 떼놨다.

 앞 조에서 경기하던 양희영이 추격을 했다. 14번홀까지 9언더파로 공동 선두를 유지했다. 그러나 15번홀과 17번 홀에서 1m가 되지 않는 파 퍼트를 놓치면서 우승컵을 리디아 고에게 헌납했다. 이일희(27·볼빅)는 감기몸살의 악조건을 뚫고 2언더파 공동 4위에 올랐다.

성호준 기자

리디아 고, LPGA 호주 오픈 우승
한국계, 올 시즌 3개 대회 모두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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