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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동승 대가로 7억7000만원 요구…검찰 정옥근 전 해군 참모총장 구속기소

중앙일보

입력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은 17일 STX그룹 계열사로부터 7억7000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 상 뇌물)로 정옥근(63) 전 해군참모총장을 17일 구속기소했다. 공범인 장남(38)과 해군 대령 출신 유모(59)씨,돈을 받는 과정에서 중간다리 역할을 한 윤연(66) 전 해군작전사령관(중장) 등 3명도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합수단에 따르면 정 전 총장의 장남은 아버지가 취임하기 한 달 전인 2008년 2월 요트 앤컴퍼니를 세웠다. 당시 특별한 직업이 없었던 장남이 아버지로부터 8000만원을 받아 세운 회사였다. 직원은 1명에 불과했고 자금 관리는 장남 정씨가 전담했다. 이후 정 전 총장은 장남 정씨의 부탁으로 같은 해 10월5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국제관함식 연계행사로 민간 요트행사를 끼워넣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전임 참모총장 재임 당시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배제된 행사였지만 본인이 행사 진행 총괄을 맡게 된 것을 기화로 밀어붙였고 주관사로 요트 앤 컨퍼니를 선정했다는 것이다. 이어 STX조선해양 사외이사였던 윤 전 사령관을 통해 STX그룹 강덕수 전 회장에게 후원금 10억원을 요구했다고 검찰은 말했다.

당시 해군의 유도탄 고속함과 차기 호위함 등의 수주를 노리고 있던 강 전 회장은 불이익이 돌아올 것이 두려워 실무진에게 후원금 지급을 지시했지만 액수가 과다하다는 이유로 지급이 지체됐다. 이에 장남이 나서서 7억 7000만원을 제시하며 ”국제관함식에서 대통령이 탑승하는 군함에 강 회장을 동승하게 해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정 전 총장은 윤 전 사령관을 통해서는 ”해군참모총장인 내가 직접 얘기했는데 STX에서 해 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앞으로 사업 할 생각이 있습니까“라며 돈을 독촉하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강 전 회장은 돈을 지급했고 국제관함식에서 해군 함정사업 관련 방산업체 관계자로는 유일하게 대통령이 탑승했던 군함에 동승했다. 이후 STX그룹은 2008년 11∼12월 차기 호위함용 디젤엔진 2기를 70억여원에, 유도탄 고속함용 디젤엔진 18기를 735억원에 수주했다. 2009년 8월에는 차기 호위함 방산업체로 지정돼 2011년 11∼12월에 호위함 4∼6번함 건조계약을 3430억원에 따냈다.

검찰 관계자는 ”먼 바다에 떠 있는 요트에 STX로고를 부착하는 게 전부로 홍보효과가 전혀 없는데다 7억 7000만원 중 요트행사 경비로 사용된건 2억 9600만여원에 불과했다“며 "STX로부터 돈을 받기 전까지는 법인계좌 잔고가 0원이었던 회사였다"고 설명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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