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人] 캄보디아 학살 '2인자' 누온 체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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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브러더 넘버 투(Brother Number Two.제2인자)'.

크메르 루주의 집권 시절 누온 체아(사진) 전 캄보디아 공산당 부서기장을 부르던 호칭이다. 그는 지금 태국 접경 파일린 부근의 허름한 2층 집에 살고 있다. 78세의 나이를 증언하듯 잡티 하나 없는 백발이다. '살인마' '학살자'같은 섬뜩한 별명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그가 최근 다시 국제 뉴스에 등장했다. 6일 영국 BBC 방송과의 회견에서 그는 1975년부터 79년까지의 학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질문에 "부인하지 않겠다. 책임이 있다"고 시인했다. 유엔 국제재판에도 출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들의 실책은 현장시찰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라 말하고 "법적.도의적 책임을 질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법정에서 사람들이 왜 죽어갔는지를 설명할 것"이라면서 "나는 그날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를 포함한 지도자들은 당을 제대로 이끌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누온 체아는 그러나 폴 포트만은 적극 변호했다. "'완전한 사회주의 혁명'이라는 기치 아래 혁명을 이루려 한 폴 포트의 실험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기아와 학살은 질 나쁜 반동들의 소행일 뿐 폴 포트는 '양심이 분명한 애국자'라고 평가했다.

20대 초 프랑스의 잔혹한 통치를 피해 태국 방콕으로 피신한 그는 탐마삿 대학에서 유학했다. 당시 그는 절에서 자고, 우체국.재무부.외무부에서 일하며 주경야독했다. 그 과정에서 태국공산당(CPT)에 입당했고, 나중에 인도차이나공산당(ICP)을 거쳐 크메르 루주 창건에 참여했다. 그는 98년 4월 15일 폴 포트가 죽자 그해 12월 25일 키우 삼판과 함께 훈 센 총리 정부에 투항했다.

유엔은 4월 29일 "누온 체아, 키우 삼판 전 대통령, 이엥 사리 전 외무장관 등 10여 명의 크메르 루주 전범들을 심판할 유엔 국제재판소 개정과 운영에 필요한 5630만 달러의 재원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늦어도 올해 안에 국제전범재판이 개정될 공산이 커진 셈이다.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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