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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도약하려면 신용 리스크 관리 철저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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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국가나 기업이나 성장하기 위해선 체제를 안전하게 유지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선진국의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금융의 입장에서 본다면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의 신용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발달돼 있는 나라가 선진국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은 1960년대 이후 정부 주도의 급격한 성장정책을 추진해 오면서 이러한 신용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저조했다. 그 이유는 빠른 경제성장과 매출 증대로 재정 건전성에 대한 관심을 굳이 우선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 설령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정부가 나서서 부실해진 금융기관의 떼인 돈을 메워 주는 식의 이른바 재무적인 지원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안일한 리스크 관리는 엄청난 비용을 우리 사회에 초래했다. 대표적인 것이 90년대 말의 외환위기였다. 환율이 급격히 치솟고, 기업들의 추가적 차입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연쇄적인 자금경색이 발생했다.

바로 이러한 사태에 직면한 후에야 은행들은 처음으로 자체적 신용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을 심각히 자각하게 됐다. 이때부터 한국의 은행들은 총여신의 8% 이상을 자본금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는 'BIS 기준(BASEL I)'에 관심을 보이게 됐다.

최근 금융회사의 신용 리스크 관리에 대한 도전과 노력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한편으로는 금감원이 최근 발표한 'BASEL II'를 준수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최근의 유동성으로 은행의 자금은 남는 반면 돈을 빌려갈 대상은 줄어들거나 혹은 리스크가 증대했기 때문이다.

일단 개인 고객의 경우 신용카드 사태 여파와 실업률 제고 등으로 여신 가능 고객이 감소하거나 상대적인 리스크가 증대하고 있다. 또 대기업의 경우 최근 수년간 수출 증대로 현금을 과잉 보유하게 돼 여신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다. 그나마 필요한 자금도 직접금융을 통해 조달해 여신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그러면 금융회사들이 'BASEL II'의 기본 요건을 준수하는 가운데 신용 리스크를 개선하는 원칙과 방향은 어떻게 수립돼야 할 것인가?

가장 큰 원칙은 이론상의 제로 리스크를 지향하기보다 실제상의 수익성을 최고로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수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BASEL II'의 준수와 리스크 관리 업그레이드는 궁극적으로는 이익의 극대화로 귀결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오늘의 철저한 자료 수집이 내일의 온전한 리스크 관리를 가능케 할 수 있다. 의미 있는 리스크 분석을 위해서는 기존 고객에 관한 상세한 자료의 집적이 필수적이다. 여기에다 진정으로 탁월한 리스크 관리란 완벽한 시스템과 논리를 구성하는 것 이상으로 리스크 관리에 관한 전 조직원의 올바른 의식과 문화를 구축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상범 매킨지 코리아금융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