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시부야구청 ‘동성 커플 증명서’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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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일본 도쿄도(東京都) 시부야(澁谷)구가 동성 커플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결혼한 것과 비슷한 관계’라는 증명서를 발급해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도쿄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일본 내 자치단체가 동성 커플을 공식 인정하는 건 처음이다. 전통적인 가족 제도를 흔들 수 있어 논란도 예상된다.

 시부야구는 “법률이 인정하는 가족이 아니란 이유로 동성 커플이 아파트 입주나 병원 면회를 거절당하는 등 문제가 있다”며 “동성 커플 증명서를 발급해 주는 조례안을 다음달 구의회에 제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례안이 통과되면 4월 1일부터 시행된다. 구와하라 도시타케(桑原敏武) 시부야 구청장은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다양성 사회를 지향하는 관점에서 성적 소수자 문제에 임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상은 시부야구에 사는 20세 이상 동성 커플로 양측이 서로의 후견인이 되는 계약을 맺으면 증명서를 받게 된다. 또 관계를 청산하고 싶을 때는 조례에 따라 절차를 밟으면 이혼과 비슷한 효력이 발생한다. 시부야구는 구민들과 각종 사업자에게 증명서를 가진 동성 커플을 일반적인 남녀 부부와 동등하게 대우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조례에 따르지 않을 경우 사업자의 이름을 공표할 계획이다.

 일본 헌법 24조는 ‘양성(兩性)의 합의’를 토대로 결혼이 성립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구의회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구청 관계자는 “증명서는 법률상의 효력이 없다”며 “결혼과는 전혀 다른 별개의 제도”라고 설명했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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