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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 파일] 야스쿠니 비판 다큐 ‘안녕…’ 만든 가토 구미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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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차대전 전사자들을 영웅으로 미화하는 야스쿠니 신사. 일본의 다큐멘터리 제작자 가토 구미코(加藤久美子.30.사진)에게 그곳은 청산해야 할 전쟁의 잔재다. 겉으로는 죽은 자들을 추모하는 종교시설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쟁을 찬양하고 고무하는 군사시설이라는 것이다. 그녀가 한국의 김태일 감독과 공동 연출한 다큐멘터리 '안녕, 사요나라'는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한.일 시민단체들의 합작으로 만들어졌다.

"일본에도 야스쿠니 신사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요. 소수파이긴 하지만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안녕, 사요나라'라는 제목은 "아픈 과거의 역사는 잘 가고(사요나라), 평화로운 미래는 어서 오라(안녕)"는 뜻이다. 주인공은 태평양 전쟁에 강제로 끌려가 전사한 아버지의 야스쿠니 합사(죽은 사람들을 함께 신으로 모시는 것) 취소 소송을 벌이고 있는 이희자(63)씨와 전쟁 피해자들을 돕는 일본의 시민운동가 후루카와 마사키(古川雅基.43). 이들을 통해 야스쿠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한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제작비 일부를 지원한 이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에 해당하는 운파펀드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각종 영화제에서 부지런히 상영 중이다. 25일 서울.부산.대구.광주.전주.제주 등 전국 6개 도시에서 정식 개봉한다.

"야스쿠니에 무관심한 일본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면 강연회나 집회보다 영화가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지난달 일본 야마가타(山形)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도 상영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지난달 중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파문을 일으키면서 이 영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참배 뉴스를 듣고 오히려 희망을 가졌어요. 설문조사 결과 찬성과 반대가 절반 정도씩 나왔거든요. 일본 사람의 절반 정도나 반대한다는 뜻이잖아요."

일본에서도 극장 개봉을 적극 추진 중이다. 가급적 많은 일본 사람들에게 영화를 보여주고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도쿄나 오사카 등지에서 극장 개봉은 무난할 것 같아요. 상영회를 해달라는 각종 단체의 요청도 많이 들어오고 있고요.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아시아의 평화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면 좋겠어요."

글=주정완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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