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상처투성이로 남은 이완구 총리 후보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공직자의 자격과 자세에 관해 다시 한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2000년 인사청문 제도가 도입된 이래 15년이 지났건만 이 나라 공직자의 자기 관리는 여전히 미숙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어떤 후보는 청문회에 가보지도 못하고 낙마하고 어떤 이는 청문회를 거쳐도 상처투성이만 남는다.

  자기 스스로 ‘언론사에 압력을 넣었다’고 폭로한 사건으로 이 후보자는 시종 “대오각성”과 “백배사죄”를 연발해야 했다. 공직자의 가치관에서 언론관은 중심 축이다. 후보자를 추궁하면서 의원들이 낭독한 ‘이완구 녹취록’을 보면 그는 권력으로 기자와 언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오만한 확신을 보여주었다. 청문회에서는 어느 기자가 이 후보 발언을 몰래 녹취하고 이를 야당에 제공한 ‘취재윤리 파괴 행위’에 대해 해당 언론사가 공식으로 사과하고 관련자를 문책하기로 했다는 내용도 반복해서 공개되었다. 기자의 행태도 비윤리적이지만 그렇다고 후보자의 언론 외압 책임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후보자의 병역 문제는 더 많은 의혹을 낳았다. 이 후보자가 1971년 ‘정상 입대’ 판정을 받았던 1차 신검 장소는 시설이 훌륭한 수도육군병원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후보자는 그동안 야당의원에게 ‘1차 신검 장소는 X-레이 시설도 없는 시골이었고 따라서 나의 발 질환이 제대로 진단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설명했었다.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으로 판명됐다.

  후보자는 “발이 아파 평생 등산 한번 못했다”며 중학생 때부터 찍은 X-레이 사진들을 공개했다. 하지만 그는 대학생이던 71년엔 1급 갑,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인 75년 5월엔 훈련소 신검에서 1급 을이라는 ‘정상 입대’ 판정을 받았다. 그랬던 그가 75년 7월 홍성군청 사무관으로 근무하면서 홍성읍내 초등학교에서 받은 3차 신검에서는 방위소집이라는 ‘축소 병역’ 판정을 받았다. ‘똑같은 발’로 왜 이렇게 병역 판정이 달라졌는가. 더군다나 그는 수년 후에 경찰간부가 된다. 그런 직종의 고위공직자가 되려면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병역의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에게서는 그런 태도가 보이질 않는다.

  청문회에 이어 진행되는 임명동의 투표는 의원 개개인이 판단하는 무기명 비밀투표다. 의원들은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표를 던질 것이다. 여러 하자에도 불구하고 ‘이완구 총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찬성하고, 도덕적 결함에 무게를 더 두면 반대할 것이다. 총리는 대통령의 위임을 받아 국정을 총괄하는 자리다. 국무위원을 제청해야 하고 국회에서는 의원들의 거친 공세에 맞서 정부를 옹호하고 국정을 돌파해야 한다. 그런 총리에게 당당함은 필수다. 당당해야 공직사회가 그를 따르고 국회가 행정부를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공직후보가 당당하기 위해선 만전(萬全)의 자기 관리가 필요함을 이완구 후보자는 잘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