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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도, 낙관만 할 수 없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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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중국과 인도는 지난 20년간 눈부신 성장률을 기록했다. 두 나라의 잠재 능력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두 나라의 앞날에 놓인 함정과 장애물이 간과돼서는 안 된다.

두 나라에는 우선 빈곤층이 너무 많다. 세계은행 추산에 따르면 두 나라의 23억 인구 중 15억 명은 하루에 2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버티고 있다. 두 나라가 세계화 덕분에 많은 발전을 이뤘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는 1990년대 국제 무역과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기 전인 80년대 중반에 이미 농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었다. 인도가 무역 자유화를 통해 잘살게 됐다고 하는 주장도 신빙성이 떨어진다. 인도는 세계 수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도 안 되는 선에 머물고 있다. 중국의 이 비율도 6%에 불과하다.

인력도 문제다. 많은 사람이 인도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프로그래머들이 미국 등 선진국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러나 인도에서 정보기술(IT) 관련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100만 명이 채 안 된다. 아무리 긁어모아도 전체 노동 인구의 0.25%도 안 된다. 게다가 인도는 문맹자가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다. 이들을 빈곤선 위로 끌어올리려면 앞으로 수십 년은 걸릴 것이다.

세계 제조업의 중심지로 부상했다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에서 제조업.광업.건설업에서 일하는 이들은 전체 노동인구의 5분의 1이 안 된다. 세계 제조업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9% 미만이다. 중국의 민간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지만 아직은 경쟁력이 약하다. 중국 은행들은 악성 부채 때문에 휘청거린다. 중국이 인도에 비해 물리적인 인프라나 교육.보건 등에서는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자본생산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또 다른 걸림돌은 경제 관련 규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인도에서 창업하려면 71일이 걸리고 중국에서는 48일이 소요된다. 싱가포르에서 6일이면 될 일이다. 경제 개혁 과정에서 중국의 지도자들은 상대적으로 빠르고 결단력 있게 움직였지만 장애물로서의 역할은 여전하다.

인도는 경제 개혁도, 민주화도 계속 질질 끌었다. 이로 인한 교육 불평등은 심각하다. 교육 불평등은 노동시장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충격을 완화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위험하다. 경제 개혁 과정에 대한 저항이 그만큼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이 넘어야 할 산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도농 간 불평등이 심각하고, 농민들은 정부가 제멋대로 매겨놓은 세금에 허리가 휜다. 관료들의 부패도 만연해 있다. 중국에서 지난 10년간 사회 불안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그 전보다 7배나 늘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런 사회 갈등을 매끄럽게 해결할 재주가 없다. 이것이 중국의 아킬레스건이다. 수백 년 동안 이어진 상류사회의 관료주의는 사회가 다원화.다양화하는 길을 막았다. 중앙집권적이고 권위적인 공산당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질서와 안정을 중시하는 이들은 새로운 변화나 움직임을 반동으로 낙인찍기 일쑤다. 중국 경제의 먹구름들이다.

중국과 인도는 이런 함정과 장애물을 넘어야 비로소 국제 무대에서 주전 선수로 뛸 수 있을 것이다.

프라나브 바르단 미 UC버클리대 경제학 교수개발경제학 저널 편집장

정리=이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