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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원대 보이스피싱 조직… 중국동포 인출책 등 붙잡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억원대 보이스피싱 범죄를 벌였던 중국동포 인출책 등이 경찰에 붙잡혔다. “돈을 주겠다”는 말에 이들에게 대포통장을 제공했던 내국인 수십여명도 무더기로 입건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해 11월부터 20억원 상당의 보이스피싱 범행을 저지른 혐의(사기)로 중국동포 인출책 김모(27)씨 등 2명과 대포통장 모집책인 중국동포 엄모(23)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또 다른 대포통장 모집책 최모(30)씨와 이들에게 자신의 명의로 된 대포통장을 넘긴 26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 등은 지난해 11월부터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국총책 지시에 따라 인출책으로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로 스마트폰 채팅 어플인 ‘위쳇’과 ‘카카오톡’으로 지시를 받은 뒤 범행 금액의 4~5%를 수수료로 챙겼다.

이들은 주로 검찰 등 수사 기관을 사칭했다. 김씨는 지난달 23일 회사원 이모(26ㆍ여)씨에게 전화를 걸어 “대포통장 관련 수사를 하는데 당신의 계좌가 연루됐다. 피해를 막기 위해 돈을 한곳에 모아야 한다”고 속여 이씨의 예금 882만원을 대포통장 계좌로 빼냈다. 그리고는 이를 곧바로 중국으로 송금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수십여명에 피해금액은 20억원에 이른다.

대포통장은 “고액알바 및 재택근무 할 분을 모집한다”는 인터넷 광고에 현혹된 회사원 이모(34)씨 등 내국인들이 주로 제공했다. 이씨 등 26명은 통장 한 개당 50~70만원씩을 받기로 하고 보이스피싱 조직에 자신들 명의로 된 100여개의 대포통장을 넘겨줬다. 대포통장은 주로 퀵서비스나 지하철 우편함 등을 통해 전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포통장 제공자 중 한 명에게는 우리가 미리 연락을 했다. 그런데도 통장을 분실하였다고 거짓말을 하고 통장을 추가 개설 후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긴 것으로 보인다”며 “대포통장 관련법(전자금융거래법)이 지난달 20일부터 강화된만큼 양도자들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에 의하면 대포통장은 제조 및 양도는 물론 보관 ㆍ 유통 ㆍ 전달 행위 등이 모두 처벌받도록 돼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영상=서울 강남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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