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 핵 쓰레기 재활용 기술 … 파이로프로세싱 길 뚫리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한·미 원자력협정 협상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이 개발 중인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건식 재처리) 기술 관련 조항의 개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파이로프로세싱은 한 번 쓴 핵연료(사용후 핵연료)를 ‘재활용’하는 기술이다. 사용전 핵연료는 100% 우라늄으로 돼 있다. 이를 원자력발전소에서 핵분열시키면 소량의 플루토늄(0.9%)과 넵투늄·아메리슘 등의 핵종이 새로 만들어진다. 그 외 약 95.6%의 우라늄이 남지만 한국은 이를 전부 핵폐기물로 저장하고 있다. 아직 한참 더 태울 수 있는 연탄을 그냥 연탄재로 버리는 셈이다.

 반면 미국이나 프랑스 등 핵 선진국은 사용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뽑아내 다시 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질산을 사용하기 때문에 흔히 ‘습식 재처리’ 기술이라고 불린다. 문제는 플루토늄이 핵발전용 우라늄과 달리 핵무기의 원료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한국이 이 같은 재처리 기술을 개발하고 보유하는 데 강하게 반대해 왔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이런 우려를 우회할 수 있는 기술이다. 순수한 플루토늄을 뽑아내는 대신 불순물(다른 핵종)과 섞여 있는 상태로 추출해 차세대 원전(고속로)의 연료로 다시 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이런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을 모의 실험할 수 있는 시설(PRIDE)을 이미 갖추고 있다. 2020년대 말까지 실제 공장을 세워 고속로를 가동하는 게 목표다. 이번 원자력협정 개정 때 핵연료의 농축·재처리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골드 스탠더드’ 조항이 포함됐더라면 이런 계획은 물거품이 될 뻔했다.

 남은 문제는 사용후 핵연료 연구의 자율성을 얼마나 확보하느냐다. 원자력연의 송기찬 핵연료주기기술개발본부장은 “기존 협정에서는 건건이 미국의 사전동의를 받아야 했다. A란 지역을 재개발하는 데 100개의 구역이 있다면 A-1부터 A-100까지 다 허가를 받는 식이었다. 이런 번거로움을 없애고 A지역 전체를 일괄 재개발하는 게 우리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김한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