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때 분배 중시했던 문재인 “소득주도 성장 방안 내놓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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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로 승부하겠다. 경제로 박근혜 정권을 이기겠다.”

 8일 마지막 연설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강조한 것은 ‘경제’였다. 그는 “우리 당을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확 바꾸겠다. 다시는 1~2%가 모자라 눈물을 흘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당선 뒤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야당다운 야당에 그치지 않고 대안정당을 만들어 정권교체에 희망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지난 대선 패배 이후 문 대표가 정책 분야에서 조심스레 ‘중도층 중시’ 노선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①소득 주도 성장=그는 이날 연설에서 “소득 주도 성장의 방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소득 주도 성장’이란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이끈다는 개념이다. 지난 대선 때 “분배와 경제민주화를 통해 중산층 시대를 열겠다”고 했던 구호와 미묘한 차이가 있다. 그는 “진보는 성장에 무능하거나 소홀히 한다는 편견이 있다. 성장에서도 유능한 진보가 되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게 나의 목표”라고 말했다.

 ②현실론 중시=지난달 29일 TV토론회에서 이인영 후보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달성하겠다”고 주장하자 문 대표는 “급진적으로 올리자는 뜻은 좋지만 중소기업, 영세자영업자들이 어떻게 부담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매년 10%씩 올려도 2023년이 돼야 1만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책의 선명성이 아니라 실현 가능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복지 이슈에서도 무작정 복지를 늘릴 수 없다는 현실론을 취했다. 그는 “아직 유럽식의 고복지는 어렵다”며 ‘중부담-중복지’를 주장했다. 장기적으로 중산층 이상에 대한 ‘증세’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문 대표의 지난 대선 공약집엔 ‘증세’라는 표현은 없었다. 그러나 문 대표는 이날 “부자감세와 서민증세를 바로잡는 정의로운 조세체계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가 밝힌 조세개편안은 법인세 인상→소득세 최고세율 조정→추가 증세 논의의 수순이다. 지난해 7월 토론회에선 “복지재원이 부족하면 사회적 대타협으로 증세를 검토하자”고 했고 올 1월엔 “재정체계의 근본 문제는 낮은 국민 부담률”이라고 말했다.

 ③초당적 안보 협력=문 대표는 지난 1월 ‘동반협력 3원칙’(분권적, 민생 중심, 동반적 남북협력)을 제시하면서 “느닷없이 오는 통일은 위험하다. 애국에 진보와 보수는 없고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노력한다면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안보관을 겨냥한 보수층의 공격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당내에선 문 대표의 정책이 미묘하게 변화한 데 대해 “경선 과정에서 중도층의 표심을 노린 포석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중도층은 박지원 후보가 집중공략했던 대상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와 각을 세워야 하는 입장에서 대표가 된 뒤에도 ‘중도 확대 전략’이 계속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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