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증세는 대안 없을 때" 유승민 "줬던 복지 뺏긴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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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주요 당직자회의에 참석했다. 김 대표는 “증세는 최후의 마지막 수단”이라며 최근 불거진 당정·당내 갈등 봉합에 나섰다. [뉴시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도, 유승민 원내대표도 이 말을 했다. 그러나 같은 말을 한다고 해서 복지나 증세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생각이 일치하는 건 아니다.

 김 대표가 복지, 증세 및 경제 문제를 바라보는 기본 관점은 재정 건전성이다. 그는 2013년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해 4월 재·보선에서 당선돼 국회로 돌아온 뒤 ‘김무성 의원’이란 이름으로 내놓은 1호 법안이다. 이 개정안은 재정수입과 재정지출을 균형 관리하는 정부의 의무를 규정하고 긴급 상황에서 국가채무를 늘려야 할 경우 국회의 의결을 얻도록 했다. 당시 김 대표는 “남유럽 국가를 배낭여행하며 재정 건전성 유지가 나라의 흥망을 좌우한다는 걸 절감했다”며 “복지 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세수는 감소하고 있어 국가재정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유 원내대표가 복지나 증세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은 공정성과 형평성이다. 그는 지난해 ‘사회적경제 기본법’을 대표 발의했다. 유 원내대표는 2011년 당 대표 경선에서 “양극화 문제를 보수가 외면해선 안 된다. 양극화 해결은 대한민국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핵심”이라며 “민생과 복지, 노동 부문에서 우리는 좀 더 좌클릭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민주화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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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발점이 다른 만큼 개별 사안에 대한 둘의 시각은 차이가 있다. 김 대표는 무상급식과 의료에 대해 부정적이며 ‘무상 시리즈’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선별적 복지를 강조한다. 5일 경총 주최 연찬회에선 “복지 수준의 향상을 국민의 도덕적 해이가 오지 않을 정도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유 원내대표는 기자와 만나 “무상급식은 찬성이며 무상보육도 예산이 허락하는 한 하자는 입장이다. 다만 무상의료는 반대”라고 밝혔다. 그는 “세금을 올리는 것도 어렵지만 줬던 복지를 뺏는 건 더 어렵다”며 “‘증세 없는 복지’라는 문제 제기가 복지를 축소하자는 의미는 아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중부담-중복지’를 국가 복지정책의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두 사람은 증세에 관한 생각도 같지 않다. 김 대표는 지난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는 대안을 찾을 수 없을 때 추진할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는 지난 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법인세도 성역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지금 장사가 안 되는데 세금을 더 올리면 어떻게 하느냐”며 법인세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래서 이들의 시각차가 향후 당의 정책 방향을 둘러싼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엔 적지 않다.

이가영·현일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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