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자가 더 내고 … 증세는 국민 합의로” 우윤근, 김무성·유승민 말 빌려 정부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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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와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 4일 국회 ‘의정대상 시상식’에 나란히 참석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유승민 원내대표께서 정확한 지적을 했다. 김무성 대표께서 하신 말, 맞는 말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여당 지도부의 발언을 빌려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다.

 우 원내대표는 정부의 조세정책을 주로 문제 삼았다. 그는 “‘증세 없는 복지를 이루겠다’는 대통령의 호언장담은 서민 증세와 복지 축소로 귀결됐다”며 “담뱃세를 올리고 연말정산에서 중산층과 서민들의 근로소득세 부담을 늘리고도 어떻게 ‘증세는 아니다’고 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을 속이지 말라”고도 했다.

 우 원내대표의 비판은 새누리당 대신 청와대와 정부를 향했다. 1만5000자가 넘는 원고 중 ‘새누리당’이란 말은 두 번밖에 쓰지 않았다. 우 원내대표는 당론대로 “부자 증세를 하자”거나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자”는 말을 연설에 담지 않았다. 대신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말을 인용해 정부와 청와대에 대한 ‘협공’을 시도했다. “유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증세를 한다면 당연히 가진 자한테 더 부과해야 한다. 세금을 언제 어떻게 올릴지는 사회적 정의와 형평성을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너무도 정확한 지적”이라고 했다. 그러곤 “부자 감세의 대표격인 법인세율을 정상화하고, 대기업 위주의 법인세 감면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여·야·정과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범국민 조세개혁특별위원회’ 구성도 제안했다. 이 대목에선 김무성 대표의 발언을 인용했다. 우 원내대표는 “김 대표께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저부담-저복지로 갈지 고부담-고복지로 갈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한 건 맞는 말씀”이라며 “지금 당장 투명하게 조세정책과 관련한 국민적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특위를 국회에 구성하자”고 했다.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선 “ 소위 ‘초이노믹스’(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정책)는 총체적 실패”라고 혹평했다. “정부의 경제정책은 원칙도 없고 시대착오적이며 근시안적이다. 세계가 한국의 가계부채를 불안하게 보는데 정부는 여전히 ‘빚내서 집 사라’는 말만 되뇌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개헌 논의도 촉구했다. 그는 “모든 국정을 대통령 한 사람의 ‘만기친람’(萬機親覽)에 맡길 순 없다. 시대에 뒤떨어진 ‘위대한 대통령’ 대신 ‘위대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2월 임시국회에서 개헌특위를 구성해 내년 4월 총선 때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시간표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도 (대선 때) ‘집권 후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국민 앞에서 약속했는데 공약을 지키기 어렵다면 ‘개헌 포기’를 용기 있게 선언하라”고 압박했다.

글=강태화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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