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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립] 뉴스 인 뉴스 〈260 〉 江南通新 ‘맛대맛 라이벌’ 명사들 단골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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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 기자

중앙일보 江南通新의 인기 콘텐트인 맛대맛 라이벌에 지금까지 소개된 식당은 역사가 오래된 만큼 전직 대통령부터 재계 인사, 연예인, 문화예술인까지 단골이 많았다. 이들은 맛에 관해선 일가견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소탈한 입맛을 지닌 대통령부터 입원 중 짜장면을 먹기 위해 간호사와 함께 온 회장님, 장어구이로 기력을 보충한 야구선수까지, 명사들의 단골 맛집을 소개한다.

청와대서 60년간 주문 받은 떡집

역대 대통령들의 단골가게인 ‘삼청동수제비’의 찹쌀 옹심이. 들깨 국물에 찹쌀 옹심이를 넣어 끓여 고소하다.

 대통령의 입맛은 소탈했다. 전직 대통령들이 즐겨 찾은 삼청동수제비와 낙원떡집은 서민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삼청동수제비는 청와대 근처에 있다 보니 역대 대통령이 당선 전후로 자주 찾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인근 금융연수원에 인수위를 차렸는데 이때 한기영(67)사장에게 연수원에 직접 와 수제비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당시 손을 다친 한 사장이 이를 거절했고 결국 참모가 가게에 와서 수제비를 가져갔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부터 찾았고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후에도 종종 가게를 찾았다. 대통령의 입맛을 사로잡은 삼청동수제비의 비결은 정성이다. 김치와 간장까지 모두 직접 만든다. 특히 수제비는 기계로 뽑지 않고 손으로 직접 얇게 뗀다. 혹여나 직원들이 밀려드는 손님에 수제비를 두껍게 뗄까봐 한 사장은 주방에 ‘수제비 얇게’라는 문구를 적어놨다.

 낙원떡집은 지난 60년간 청와대의 떡 주문을 도맡아왔다. 이광순(72) 사장은 역대 대통령의 생일과 이들이 좋아하는 떡을 꿰고 있다. 일부러 외운 게 아니라 청와대에서 해마다 주문하니 자연스럽게 입에 붙은 것이다. 청와대 전화는 “여기 효자동입니다”로 시작한단다. 이곳의 비결은 좋은 재료를 고집하는 것이다. 1대 사장인 고이뽀(59년 작고)씨부터 지금까지 100년 가까운 기간 동안 그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 제주도 한라산에서 나는 쑥을 독점으로 계약재배해 사용하고 여주쌀만 고집한다. 무엇보다 손으로 만들어 옛맛을 그대로 살린다. 이 사장은 “떡은 옛날 그대로 손으로 만드는 게 진짜 맛있는 떡”이라며 “기계로 하면 옛맛을 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이 떡을 안 찾는 것도 아쉽지만 옛날 그 맛을 못 내는 떡집도 반성해야한다”고 꼬집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체부동 토속촌의 삼계탕을 좋아했다. 그는 대통령 재직 당시인 2003년 기업 총수들과의 식사도 이곳에서 했다. 토속촌 삼계탕은 한의원을 운영하던 정명호(68) 사장이 싼값에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찾아낸 요리다. 정 사장은 한의원을 운영하며 쌓은 정보를 바탕으로 200여 마리의 닭에 일일이 하나씩 약재를 넣어 궁합 맞는 재료를 찾았다. 그렇게 찾아낸 것이 율무·호박씨·해바라기씨·호두·들깨 같은 견과류다. 다만 율무는 너무 많이 넣으면 아린 맛이 나고 호두는 생으로 넣으면 떫기 때문에 살짝 데쳐 넣는다. 33년째 대표적인 삼계탕 맛집으로 인기를 끌면서 ‘분점을 내라’는 제안도 많지만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늘 거절한다.

회장님이 에어컨 달아준 간장게장 식당

‘진미식당’ 간장게장. 제철인 4월에 1년치 꽃게를 사 급랭시켜 사용하기 때문에 알이 꽉 차고 살이 통통하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1주일에 3~4번씩 태평로 더플라자호텔 중식당 도원을 찾았다. 오전 11시 10분이면 비서실에서 전화가 왔는데 보통 “조금 전에 출발했다”는 통보였다. 1992년 대선 직후엔 건강이 악화돼 서울중앙병원(현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해 있었는데 정 회장이 도원의 짜장면을 먹고 싶다며 외출에 나섰다. 풍납동 병원에서 태평로2가까지 간호사가 동행했다. 도원의 진짜 인기 메뉴는 탕수육이다. 소고기 탕수육은 덩어리째 들어온 소고기 가운데 안심만 사용한다. 힘줄이 적고 육즙이 많아 식감이 부드럽기 때문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공덕동 진미식당 단골이다. 진미식당이 개점 5년 만인 2007년 가게를 지금 자리로 옮겼는데 그때가 막 더워지는 5월이었단다. 정복순(63)사장은 “구 회장님이 온다길래 ‘우리 집은 에어컨도 없고 더워서 못 받겠다’고 했더니 에어컨 두 대를 달아줬다”고 말했다. 간장게장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건 신선한 게다. 정 사장은 꽃게에 알이 꽉 차고 살이 통통하게 오르는 4월 1년치 꽃게를 사둔다. 10㎏짜리 2500박스를 사 급랭한 뒤 서산에 있는 전용 냉동창고에 보관하며 한 달에 두 번 서울로 실어 나른다.

운동선수 체력 비결은 설렁탕·장어구이

‘금강수림’ 장어구이. 고추장 양념에 주인 특유의 손맛이 더해져 맵지 않고 담백해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운동선수들은 몸에 좋은 보양식을 챙겨 먹는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고 손기정 선수는 생전에 설렁탕을 좋아해 견지동 이문설농탕을 즐겨 찾았다. 이문설농탕은 1904년 문을 열어 100년이 넘은 역사를 가진 만큼 단골이 많은데 손 선수도 이중 하나다. 그는 특히 만하(소 비장)를 좋아했다. 만하는 소의 혀밑(혀 아랫부분)과 함께 손질이 어려워 다른 설렁탕집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부위다.

 볼티모어 오리올스 산하 트리플A 노포크 타이즈의 윤석민(전 기아타이거즈) 선수는 도곡동 금강수림(장어구이) 단골이다. 그는 금강수림이 전북 익산에 금강식당이라는 이름의 작은 밥집일 때부터 즐겨 찾았다. 원래 지금 사장인 이영진(39)씨의 장모인 조경임(62)씨가 익산시 웅포라는 작은 시골마을에 연 식당이었다. 주로 손님들이 식재료를 가져오면 그걸로 요리를 해줬는데 금강 주변에 장어랑 복이 많이 잡혀 손님들이 장어를 많이 들고왔단다. 어느 날 장어를 실수로 고추장 양념통에 빠트려 그걸 그대로 구웠다가 대박이 났다. 이씨가 장모를 설득해 2009년 천안을 거쳐 2011년 서울 도곡동으로 이전했다. 워낙 단골이 많아 일주일에 2~3번은 와야 단골 축에 낄 수 있다.

정치인들 덕분에 입소문 난 보쌈·청국장

‘고향집’ 제육보쌈. 삼겹 부위 대신 돼지고기 사태를 삶아 낸다. 사태는 잘 조리하면 삼겹 부위보다 더 고소하다. [김경록 기자]

 여의도는 예부터 국회와 방송국이 있어 정치인과 연예인들이 즐겨 찾는 식당이 많다. 삼보정(청국장)은 국회의원들이 즐겨 찾으며 맛집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강민(49) 사장은 “고 김근태 의원이나 권노갑·한화갑 전 의원 등 국회의원이 자주 찾은 덕분에 후광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청국장이라는 메뉴에서 알 수 있듯 집에서 먹는 밥이 삼보정의 인기 비결이다. 재료라고는 두부·대파·양배추만 넣지만 전남 해남에 사는 지인이 직접 띄운 청국장을 30년째 사용해 한결같은 맛을 낸다. 인심도 후하다. 30년 전부터 사용해온 밥그릇을 그대로 사용하는데 이게 일반 밥그릇의 1.5배 정도로 크다. 이 때문에 단골들은 ‘머슴밥, 고봉밥’이라고 부른다. 요즘은 집 밥 그리워하는 직장인이 많이 온다. 아침 거르고 나온 회사원들은 청국장에 비벼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운다. 최광식 전 문화부장관은 논현동을 즐겨 찾았다. 고향집의 제육보쌈을 먹기 위해서다. 고향집은 논현동 먹자골목을 30년 동안 지켜온 터줏대감으로 돼지고기 사태를 1시간 동안 삶아 썰어낸 보쌈으로 유명하다. 대부분의 보쌈집이 지방이 많은 삼겹살을 쓰지만 고향집은 사태만 고집한다. 사태는 결대로 잘 잘라야 식감이 퍽퍽하지 않기 때문에 다루기 힘들지만 잘만 요리하면 삼겹살보다 고소하고 담백하다.

식객 사로잡은 족발·손두부

‘평안도족발’ 족발. 장충동 족발거리의 원조로 알려진 곳으로 돼지 특유의 누린내가 나지 않고 식감이 부드럽다.

 만화 『식객』의 작가 허영만 화백과 디자이너 고 앙드레김은 맛대맛에 각각 두 번 등장했다. 평소 미식가로 알려진 허 화백은 장충동 평안도족발집과 공덕동 진미식당 단골이다. 특히 평안도족발집은 2007년 허 화백의 만화 식객 15권에 소개됐다. 이 집 족발을 먹어본 허 화백이 맛에 반해 이경순(81) 사장이 일하는 모습을 만화 속에 그대로 그려 넣은 것이다. 식객에 나오기 전부터 이곳은 장충동의 진짜 원조 맛집으로 알려져 있었다. 비결은 옛날 식으로 만드는 것이다. 생족을 깨끗이 씻고 삶을 때 생강을 적당히 넣어 냄새를 잡는다. 족발을 삶을 때 뚜껑을 열고 센 불에 삶는데 이때 간장이 골고루 스며들게 한 30분마다 큰 주걱으로 저어준다. 이 사장은 “족발은 그냥 족발처럼 먹는 게 제일 맛있다”며 “건강에 좋다고 한약재 넣고 고기 부드럽게 한다고 또 뭘 넣고 그런다는데 다 필요없다”고 말했다.

 항상 흰옷만 입었던 패션 디자이너 고 앙드레김은 서초동 백년옥을 즐겨 찾았다. 그곳에서도 자신의 의상처럼 늘 하얀 자연식 손두부만 먹었단다. 백년옥은 최평길 사장이 강원도의 허름한 초가집 식당에서 맛본 순두부에 반해 6개월 동안 요리법을 배워 낸 손두부 전문점이다. 91년 당시 서울에 손두부 전문점이 거의 없어 처음부터 유명세를 치렀다. 구수한 맛이 나는 강원도 고랭지에서 난 콩만 사용해 두부를 만든다. 처음 문을 연 91년에 비해 요즘은 가격이 두 배나 올랐지만 요즘도 이 콩만 고집한다. 앙드레김은 신사동 삼원가든(소갈비)에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들러 밥을 먹고갔다. 삼원가든은 81년 당시 가게 앞에 폭포와 연못을 만들고 이름을 가든이라고 지은 독특한 컨셉트로 강남의 ‘가든 시대’를 열었다.

연예인들 자주 찾는 막국수·샤브샤브

‘김삿갓막국수’ 비빔막국수. 국산 메밀로 만든 이곳의 막국수는 맛이 구수하고 먹고 난 후 속이 편하다.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와 이 회사 소속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은 영원식당(수제비) 단골이다. 양 대표는 올 때마다 “맛있게 먹었다”는 인사와 함께 일하는 아줌마에게 음식값보다 많은 팁을 줬다. 지드래곤은 붐비는 시간을 피해 오는데 오기 전 미리 전화해 8명이 앉을 수 있는 다락방을 차지한다. 이곳은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내는 다른 가게와 달리 한우사골로 국물을 만든다. 뽀얀 사골국물에 감자를 통째로 넣고 다시 끓여 국물이 진하면서 고소하다. 국물 낸 감자는 으깨 밀가루 반죽과 함께 끓여 낸다. 수제비를 손님상에 낼 때는 포기김치·겉절이·총각김치·물김치 등 4종의 김치를 함께 내는 것도 이곳만의 상차림 원칙이다.

 탤런트 겸 요리연구가인 이정섭씨는 건강식을 좋아한다. 그는 김삿갓막국수의 단골인데 처음 가게에 온 날 주방에 들어가 냉장고 문을 벌컥 열어 위생 상태를 확인했단다. 김제수(59) 사장은 “이씨는 주방과 냉장고를 다 둘러보고 나서야 단골이 됐다”고 했다. 이씨의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당당할 수 있었던 것처럼 김 사장은 “정직하게 가게를 운영하는 것”을 비결로 꼽았다. 그는 “손님에게 내는 음식은 내가 먹는 것보다 깨끗해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 식자재도 꼼꼼하게 따진다. 특히 막국수 맛을 좌우하는 메밀은 봉평 것만 고집한다. 봉평 메밀은 밀가루보다 가격이 5배나 비싸지만 1998년 속초에서 할 때부터 16년 넘게 이 원칙을 지키고 있다.

 탤런트 이영애는 진상샤브샤브 청담점을 자주 찾았다. 강남에 별다른 맛집이 없던 1987년 문을 연 이곳은 한우 등심과 깔끔한 육수가 특징이다. 손치중(56) 대표는 “자극적이고 강한 것에 익숙한 사람이 우리 샤브샤브를 먹으면 처음엔 밋밋하게 느껴지겠지만 점점 재료가 지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손 대표는 육수를 만들 때 고기나 멸치 등을 넣지 않고 다시마와 가쓰오부시 정도만 이용해 맑은 국물을 낸다. 고기와 해산물이 가진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하려는 의도다. 이 때문에 좋은 재료를 준비하는 건 기본이다. 한우 등심만 고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씹으면 고소하고 쫀득쫀득한 식감이 잘 살아 조리과정과 양념이 단순한 샤브샤브에 잘 어울린단다. 가수 백지영도 단골이다. 2013년 길 건너편으로 가게를 이전하며 개별 룸을 늘려 모르는 사람과 나란히 앉아 먹는 불편함은 없어졌다.

송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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