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러기 책동네] '사랑하는 내 친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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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내 친구들/바바라 트레스카티스 그림, 게르트 하우케 글/문성원 옮김, 시공주니어, 8천5백원

어린이날 희망 선물 1순위는? 한 조사에 따르면 애완동물이란다. 요즘 아이들은 식구 수를 셀 때 강아지를 빼놓지 않고 끼워준다.

이렇게 귀여움 받는 동물들의 마음은 어떨까? 그 녀석들 또한 사람을 가족으로 알고 안방 침대도 제 잠자리로 여길만큼 번죽이 좋아졌을 성싶다.

개와 고양이의 애호가로 유명한 독일 작가 게르트 하우케가 쓴 '사랑하는 내 친구들' 속 화자는 바로 개다. 개가 본 세상과 인간에 관한 이야기다. 이름을 쇼코라고 밝힌 이 개는 관찰력도 뛰어나고 여간 영리한 녀석이 아니다. 쇼코가 밝히는 식구 소개를 들어보자.

"내 이름은 쇼코(아마도 번지르르한 초콜릿색 털을 지녀서일 듯). 우리 식구는 모두 셋이에요. 밥도 주고 쓰다듬어 주는 리자(엄마), 산책 데리고 나가는 파울(아빠), 그리고 우는 것 하나 만큼은 아주 잘 하는 레나(아가). 레나는 아주 천천히 자란답니다. 모든 일에 무척 서투르지요. 아직 강아지라고 할 수 있어요."

리자와 파울은 자기를 돌봐주는 사람으로, 울기만 하는 아가 레나는 약한 존재로 바라보는 품새로 보아 쇼코는 제 스스로는 제법 다 자랐다고 여기는 듯하다.

그런데 개의 눈높이로 바라보니 세상이 조금은 달라 보이고, 사람들은 동물을 좋아하면서도 이해 못하는 구석이 많다. 주인 파울은 휘파람만 불면 쇼코가 달려오길 바라는데 휘파람 소리를 듣고 즉각 달려오지 않으면 쓰다듬어주지도, 놀아주지도 않는다.

이런 날이면 쇼코는 괴로워 잠 한숨 자지 못한다. 이렇게 주인의 기분에 따라 개들의 마음도 왔다갔다한다는 것을 인간들은 알를지.

사람들은 개들의 놀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쇼코는 저보다 몸집 큰 친구 개 카를레만을 만나면 입을 쩍 벌려서 이를 드러내고서 으르렁거리는데 이건 싸움이 아니라 저들끼리 '입 놀이'라고 부르는 놀이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겉모습만 보고 무서워하는 하얀 개 퓌피도 사실은 겁쟁이다. 덩치는 크고 험상궂어 보여도 뭐든지 다 무서워하는 쪽은 오히려 퓌피다.

한번은 쇼코와 퓌피가 목 조르기 놀이를 하는데 사람들은 둘을 떼어 놓느라 비닐 봉투로 내려치기도 했다. 그럼 얼른 꽁무니를 빼버리기는 하지만 쇼코는 왜 사람들은 놀이라는 것을 모를까 궁금할 뿐이다.

개의 마음 속을 들어갔다 나온 듯 묘사한 이 책은 작가가 자신의 개와 이웃들을 관찰하며 썼다고 한다. 개를 자연스럽게 의인화한 것도 일품이지만 따뜻한 문체와 개의 세부 움직임까지 표현한 삽화도 훌륭하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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