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을 찾아라…도심 속 '대담한' 보디페인팅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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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가을/겨울 시즌 패션계의 트렌드는 ‘카무플라쥬(camouflage)’였다. 군복의 위장 무늬로 흔히 쓰이는 카무플라쥬는 아웃도어·캐주얼 브랜드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카모플라쥬의 한국어 의미는 ‘위장’, ‘변장’, ‘은폐’ 정도가 된다. 이 무늬의 유래가 전쟁에서 사람·무기·장비·시설 등의 구별이나 움직임을 적으로부터 은폐하기 위함이었으니 자연환경과 지형 등에 적당하게 맞춰 자연의 일부로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카무플라쥬’를 즐기는 미술가가 화제로 떠올랐다. 문자 그대로 모델을 숨기는 ‘위장’을 보여준다. 보디페인팅 작가 트리나 메리(Trina Merry)는 자신의 모델을 도심 속에서 사라지게 만든다.

모델의 몸 위에 풍경을 그려 그 속에 모델을 녹여버리는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7월 29일 뉴욕에서 처음 시작됐다. 미 서부 캘리포니아에 살던 메리는 동부의 뉴욕으로 거주지를 옮기며 이 프로젝트를 생각했다. 그는 뉴욕에 대해 보다 더 잘 알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했다며 “도시 속으로 들어가 관찰하고 이해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메리의 작업은 세심한 작업을 거친다. 모델은 거리에서 몇 시간씩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어야 한다. 메리는 “모델의 몸과 길거리 배경이 완전히 하나가 될 수 있도록 그림을 그리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몇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맨해튼 다리를 배경으로 모델의 몸 위에 그림을 그릴 때는 완성까지 6시간이 걸렸다.

메리는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보디페인팅은 뚜렷한 인간 표현의 방식”이라며 “살아 숨쉬는 사람은 즉각적이고 유동적인 예술의 적절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나는 무독성 페인트와 붓만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티베트의 모래 예술처럼 사람의 몸을 이용한 보디페인팅은 순간적이다. 그리기를 멈추는 순간 사람의 몸은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해 새로운 예술로 태어난다”며 “보디페인팅은 항상 새로운 선과 형태를 제공해준다”고 말했다. 메리의 프로젝트는 영국의 빅 벤, 런던 다리 등을 배경으로 하기도 했다.

한편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메리는 경찰들의 눈총을 받아야 했다고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길거리에서 예술 행위를 목적으로 옷을 벗는 것은 뉴욕 내의 법으로는 허용되지만 메리의 프로젝트는 뉴욕에서도 흔한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김현유 인턴기자
hyunyu_kim@joongang.co.kr
사진 트리나 메리 공식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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