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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15분만 참으세요 … 당신의 미래가 달라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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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이 달의 책] 2월의 주제 ‘한계를 넘는 힘’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함께하는 ‘이달의 책’ 2월의 주제는 ‘한계를 넘는 힘’입니다. 자제력과 감수성, 설득력을 주제로 한 신간 세 권을 골랐습니다. 2015년도 벌써 한 달이 지나가는 시기, 자신에게 한 약속이나 사람 관계 등에서 벽을 마주했다면 좋은 길잡이가 될 책입니다.

마시멜로 테스트
월터 미셸 지음
안진환 옮김, 한국경제신문
348쪽, 1만5000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를 들어보자. 담배를 피우던 한 남자가 자기 혐오감에 담배를 비벼 끈다. 폐암에 걸려 아이들을 고아로 만들지 말자고 맹세한 것이다. 그런 그가 세 시간 후에는 담배가게를 찾아 거리를 헤맨다. 그는 오늘 후회할 줄 뻔히 알면서 고칼로리 점심을 먹었다. 한껏 부른 배를 보면서 저녁에는 반드시 저칼로리 식사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저녁 역시 고칼로리 식단에 굴복했다. 그리고는 다짐한다. 내일부터 꼭 다이어트와 금연을 하겠다고.

 새해마다 우리는 주먹을 불끈 쥐며 다짐을 한다. 금연·다이어트·금주·영어 공부 등 수많은 결심이 있을 게다. 하지만, 그 많던 다짐은 슬그머니 꼬리를 말고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자신의 의지박약을 개탄하게 된다.

 평범한 사람만 유혹에 무릎을 꿇는 건 아니다. 한때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성 스캔들을 기억할 것이다.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 아널드 슈워제네거,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등 유명인사도 화려한 경력에 먹칠을 했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등 우월한 지위에 있던 사람도 한 순간의 추행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대중의 지탄을 받는다. 어찌 보면 이 시대를 사는 현대인 모두가 유혹을 다스리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어째서 우리는 크고 작은 유혹에 이다지도 쉽게 무너지는 걸까.

마시멜로 테스트를 창안한 월터 미셸 박사. 그는 자제력도 노력에 따라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사진 한국경제신문]

 마시멜로 테스트의 창안자 월터 미셸 박사는 유혹과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것이 자제력 문제라고 말한다. 또 자제력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후천적 노력에 의해 길러지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 근거로 50여 년간 매달려 온 마시멜로 테스트의 결과를 들었다.

 미셸 박사는 1960년대 후반 스탠퍼드대 부설 유아원에서 마시멜로 테스트를 했다. 아이들에게 즉시 누릴 수 있는 한 가지 보상(마시멜로 한 개)과 15분 정도 먹지 않고 기다려야만 얻을 수 있는 더 큰 보상(마시멜로 두 개) 사이에서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테스트를 받은 아이들 중 일부는 15분 이상 견디고 더 큰 보상을 받았다. 이들은 유혹을 극복하기 위해 마시멜로를 멀리 밀어내고 다른 놀이거리를 찾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수십 년이 지난 뒤, 미셸 박사는 유혹을 이긴 아이들이 어떤 어른으로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놀랍게도 당시 마시멜로의 유혹을 견딘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확연히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이들은 대조군에 비해 미국 대학입학 자격시험(SAT) 점수가 평균 210점 높았고, 현저히 낮은 체질량 지수를 유지하고 있었다. 또한, 스스로 세운 장기적인 목표에 잘 도달했고, 높은 자존감으로 스트레스에도 잘 대처했다.

 우리가 유혹과 화를 참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미셸 박사는 뇌 안에서 작용하는 두 가지 시스템(뜨거운 충동과 차가운 억제)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대뇌 변연계에서 작용하는 뜨거운 충동 시스템은 감성적이며 충동을 빠르게 불러일으킨다. 이에 반해 뇌의 전전두피질에 자리한 차가운 억제 시스템은 복합적이고 상대적으로 느리게 활성화된다.

 흥미로운 점은 자기통제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차가운 억제 시스템이 노력을 통해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미셸 박사는 차가운 억제 시스템이 어렸을 때부터 서서히 발달하고 20대 초반은 지나야 완전히 성숙한다고 말한다. 또 훈련을 통해 자제력을 길러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도 전한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S BOX] 그리스 철학자들도 고민했던 자제력 결핍

유혹에 저항하는 능력은 문명이 시작된 이래 인류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였다. 그리스 철학자들은 인간의 의지박약에 대한 문제점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자제력 결핍을 뜻하는 ‘아크라시아(akrasia)’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아크라시아’는 나에게 좋은 일인 줄 알면서도 정작 그것을 실천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머뭇거리거나, 심지어 포기하는 인간의 속성을 지칭한다.

 자제력은 목표를 추구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지만, 지난 수천 년 동안 선천적 자질로만 간주돼 왔다. 자제력을 가지고 태어났느냐 아니냐의 문제로만 인식됐다. 자제력이 없는 사람은 평생을 사고뭉치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렇기에 자제력은 오랜 세월 과학적 연구 대상이 되지 못했다. 마샬의 마시멜로 테스트가 시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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