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텀블러·아령 … "금연 6개월 성공하면 선물 드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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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월 1일 담뱃값이 2000원씩 올랐다. 2500원짜리 ‘에쎄’는 4500원이 됐다. 하루 두 갑을 사면 월 27만원이 담뱃값으로 나갈 판이다. 때마침 아침에 일어나면 가슴이 답답하고 건강검진 때도 의사가 기관지와 폐가 좋지 않다며 금연을 추천했다. 새로 시작하기 좋은 새해 첫날까지 겹쳤다. “이제부터 금연이다!”

 대구시 동구 지묘동에 사는 이모(43)씨는 이렇게 금연을 결심했다. 그렇지만 금세 금단 증상이 왔다. 결국 1주일 뒤인 지난 8일 그의 손에는 담배가 들려 있었다. ‘작심삼일’이 된 것이다.

 이씨처럼 대구에서 새해 첫날 금연을 결심했다가 포기한 ‘작심삼일 금연족’은 얼마나 될까. 2명 중 1명이 그랬다. 대구 8개 구·군 보건소 금연클리닉에서 새해 첫날 결심한 금연자들을 조사한 결과다.

 새해 클리닉을 찾아 상담하고 니코틴 패치를 받아간 금연 도전자는 모두 997명. 이 중 28일까지 금연클리닉을 한차례 이상 다시 찾아 상담을 받은 도전자는 504명뿐이었다. 나머지 493명(49.4%)은 새해 첫날 이후 더 이상 금연클리닉을 찾지 않았다.

 금연클리닉에선 이들을 ‘1회성 금연 상담자’로 분류한다. 사실상 금연을 기권한 포기 추정자로 본다는 뜻이다. 최현순 대구 서구보건소 금연클리닉 상담사는 “통상 금연 중인 도전자는 1~2주에 한 번씩 일산화탄소를 측정하고 은단 같은 금연 보조제를 받아가기 위해 클리닉을 찾는다”고 말했다

 금연클리닉은 ‘작심삼일 금연족’을 줄이기 위해 여러 ‘당근책’을 마련했다. 1개월과 6개월로 나눠 금연 성공 선물을 준다. 수성구·동구 금연클리닉의 1개월 성공 선물은 치솔세트다. 남구는 가글액 등 어디나 부착할 수 있는 실리콘 마개를 준다.

 금연 6개월 성공 선물은 더 풍성하다. 달성군 금연클리닉은 냄비와 종합영양제를, 중구는 텀블러를 선물한다. 달서구는 5만원 상당의 아령 등 건강용품을 한보따리 준다. “6개월 이상 금연에 성공했습니다. 평생 금연할 것을 다짐함에 본 증서를 수여합니다”라고 쓰인 달서구 보건소장 명의의 금연증서도 함께 발급한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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