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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FTA는 한국 경제의 성장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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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5일장이 선다. 하나 둘 사람이 모여 황량하던 곳에 활기가 돈다. 웃고 떠들며 구경을 하고 흥정을 하고 물건을 사고 판다. 죽었던 공간이 새 생명을 얻듯 살아나 생태의 마당이 된다.”

 ‘트렌드 사냥꾼’ 김난도 교수가 지난해 소비트렌드로 꼽은 ‘판의 경제’, ‘판의 힘’이다. 판의 경제는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구분도, 시장의 경계선도 없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위해 멍석을 깔기만 하면 된다. 동네에 장이 서면 사람들이 몰려 활기를 띠듯 판을 펼치면 온갖 사람과 아이디어 상품, 기술이 자유롭게 몰려든다. 그 곳에서 예상치 못한 수익과 시너지가 창출 되는게 곧 판의 힘이다.

 판의 경제는 소비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통상시장에서도 자유무역협정(FTA)라는 이름으로 힘을 발휘하고 있다. FTA는 기존 통상의 틀을 완전히 바꿔놓으며 한국경제에 새 멍석을 깔아줬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FTA 후발주자였던 우리나라는 지난해에만 중국·호주·캐나다·베트남·뉴질랜드 등 5개국과 FTA 협상을 타결해 전 세계 52개국과 FTA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의 경제영토는 전 세계 GDP의 73.5%까지 넓어지며 칠레와 페루에 이어 세계 3위까지 올라섰다.

 죽었던 공간이 새 생명을 얻어 생태의 마당이 되듯 한국경제는 FTA를 통해 조금씩 활력을 되찾아 가고 있다. 중국의 성장둔화, 엔화 약세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난해 무역규모가 4년 연속 1조 달러를 넘어선 데는 FTA의 힘이 컸다. 실제 FTA 발효국에 대한 수출증가율은 7%로 전체 수출증가율 2.4%를 크게 앞질렀다.

 현재 전체 교역 가운데 FTA 발효국과의 교역이 38.8%이지만 중국·뉴질랜드 등 신규 타결된 국가와 FTA가 발효되면 FTA 발효국 교역 비중은 61.5%로 확대되어 FTA 효과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비즈니스 기회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기업 4곳 중 3곳이 한·중 FTA에 대해 중국진출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했다. 중국과의 거래가 전혀 없는 내수기업도 10곳 중 6곳이 FTA를 활용해 교역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FTA로 인한 시장개방이 내수시장의 경쟁만 심화시키는게 아닌지 우려한다. 그러나 자유경쟁을 근간으로 하는 시장에서 경쟁의 심화는 곧 시장의 활력을 의미한다. 활력 없는 시장은 도태되고, 경쟁하지 않는 플레이어는 패배하기 마련이다. 시장규모가 작고 자원도 부족한 우리로서는 무역확대 없이는 성장을 지속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갈 길이 분명하다.

 ‘대한(大寒) 끝에 양춘(陽春)이 있다’는 속담이 있다. 큰 추위의 고비만 넘기면 따뜻한 봄이 올 것이라는 의미다. 기나긴 한파를 견뎌낸 한국경제는 이제 조금씩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판의 힘을 가진 FTA는 양춘이 다가올 시기를 앞당길 것이다. 세계 3위라는 거대한 시장이 기다리고 있는 지금 과감한 혁신과 도전, 창의적인 정신을 발휘해 올 한해 대한민국 땅에 따스한 봄기운이 가득하길 기대한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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