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시판 레이저 프린터 출력물에 '비밀암호'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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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에서 판매 중인 대부분의 레이저 프린터들이 인쇄된 문건에 암호를 표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암호를 해독하면 인쇄물이 언제, 어느 프린터에서 나왔는지 알 수 있어 사생활 침해 논란을 낳고 있다.

미국서 시판 중인 대부분의 컬러 레이저 프린터가 출력물에 비밀 암호를 담고 있으며 이 암호를 해독하면 인쇄물이 언제 어디서 출력됐는지 알 수 있다고 미국 시민단체 전자프런티어재단(EFF)이 최근 밝혔다.

EFF는 자체적으로 확인한 결과 암호장치가 내장된 프린터의 출력물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직경 1mm 미만) 황색 점들이 찍혀 나오며, 이를 해독하면 해당 프린터와 출력 날짜 및 시간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황색 점들은 출력되는 모든 페이지에 반복적으로 찍혀 나오며 푸른 불빛이나 확대경.현미경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FF는 조사 결과 제록스.휼렛패커드(hp).델.엡손 등 미국 제품은 물론 캐논.교세라.리코 등 일본 프린터에서도 이런 암호를 찾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 제품에서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프린터의 암호 기능과 관련, 미국 재무부는 위조지폐 범죄를 막기 위한 활동의 일부라고 해명했다. 위폐를 발견하면 암호를 해독해 범죄조직을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재무부 산하 비밀조사국(Secret Service)은 이 암호가 자신들만 풀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EFF는 자체 인력으로 그다지 어렵지 않게 해독할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다른 나라 정보기관들도 마음만 먹으면 암호를 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FF는 프린터와 같이 많은 사람이 자주 쓰는 제품에 사생활 침해 논란을 야기할 수 장치를 몰래 심어 놓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예컨대 독재정권이 출력된 유인물을 추적해 민주화 운동단체를 탄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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