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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조례 수두룩 전면 조사, 정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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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방공기업법 제49조 규정에 따라 경상북도 환경관리공사를 설립해 기업의 생산활동에서 발생되는 폐기물을 적정 처리함으로써….”

 1993년 7월 제정돼 2000년 10월 일부 개정된 ‘경상북도 환경관리공사 설립 조례’ 제1조다. 이는 ‘유령 조례’다. 실체가 없다. 조례를 개정하고도 15년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경북도에는 ‘환경관리공사’란 공기업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경북에는 이처럼 정비가 필요한 ‘죽은’ 조례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경북도의회 곽경호(61·칠곡군) 의원은 지난 26일 제275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현행 조례에 대한 일제 정비 필요성을 제기했다.

 도의회는 지난해 각 상임위원회가 집행부와 협의를 거쳐 정비해야 할 조례로 도청 23건, 교육청 17건을 1차 발굴했다. 여기서 나온 대표적인 사례가 ‘경상북도 용계동 은행나무 이식 보존 추진위원회 조례’다. 용계동 은행나무는 임하댐 건설로 이식돼 1994년 추진 사업이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조례는 20년 전 폐지돼야 했지만 최근까지 존속해 왔다. 도의회 문화환경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제274회 임시회에서 비로소 이 조례를 폐지했다. 곽 의원은 “문제는 정비할 조례가 지난해 발굴된 것보다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이라며 “집행부가 나서 조례를 전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도청의 경우 모든 공문서에 경북의 영문 명칭이 G로 시작하지만 경상북도 기(旗) 조례에는 K로 시작한다. 조례가 상위법과 충돌하는 경우도 있다. 주민등록번호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수집이 금지돼 있지만 경북도의 표창 조례는 공적조서와 표창 대장에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또 존재하지 않는 직제 등이 버젓이 쓰이는 경우도 있다. 경북도의 어업지도선 관리 규정에는 아직도 ‘내무부’라는 없어진 중앙부서 명칭을 쓰고 있다. ‘PC통신’이란 1980년대 용어도 조례에 남아 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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