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법 사실상 무력화 "공안수사 하지 말라는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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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안법 사문화되나=정치권의 보안법 개폐 논의는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단일안 도출에 실패한 뒤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강 교수에게 적용된 혐의는 보안법 7조 1항의 찬양.고무죄. 지난해 정치권의 보안법 존폐 논의 때 가장 첨예한 쟁점이 됐던 조항이다.

당시 열린우리당 원내 대표였던 천 장관은 이 조항에 대해 "단순히 주체사상을 연구하거나 사회주의 사상을 설파하는 것만으로 왜 처벌돼야 하나"며 폐지를 주장했다. 정치권의 보안법 폐지 논의는 보안법 위반자의 형사 처벌을 상당히 위축시켰다.

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던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 본부 명예의장 이종린씨는 "보안법이 폐지되면 법정에 설 필요가 없지 않느냐"며 지난해 9월 재판을 거부했었다. 서울고법도 당시"보안법 개폐 논의를 지켜보겠다"며 보안법 재판을 연기했다.

◆ 불구속 수사 신호탄=공안 사범들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도 거의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천 장관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괘씸하다거나 혼을 내줘야 한다는 일부 여론에 밀려 구속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보안법 위반자는 그동안 사안이 중할 경우 법률상 구속의 요건인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와 무관하게 구속 수사하는 것이 검찰의 관행이었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가보안법 위반 입건자는 27명 중 절반이 넘는(52%) 14명이 구속됐다.

지난해 검찰이 수사한 전체 사건의 구속률은 3%에 불과했다. 보안법 사건의 구속 수사 관행이 옳은지는 법조계에서도 논란이 있어 왔다.

검찰의 한 고위 간부는 "구속 문제는 형사재판이 징벌적 측면이 있다는 면도 고려해야 한다"며 "공안 사건을 수사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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