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구 교수 불구속 수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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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공식 발동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보안법 개폐 문제와 보혁 갈등 및 일선 검사들의 반발 등 파문이 예상된다.

이번 지휘권 발동은 10~11일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과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이 '강 교수 구속 불가' 의견을 피력한 뒤에 나온 것으로 청와대와 사전에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강 교수는 "한국전쟁은 북한이 시도한 통일전쟁"이라는 등의 과격한 친북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천 장관은 이날 검찰총장에게 보내는 2쪽짜리 '수사지휘서'에서 "우리 헌법에서는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규정해 최대한 보장하고 있고 형사소송법은 헌법 정신을 그대로 이어받아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피의자 및 피고인을 구속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 장관은 이어 "이런 정신과 기본 원칙은 공안사건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며 "강 교수에 대해서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구속 사유를 충족했다고 단정키 어려운 만큼 불구속 수사하도록 일선 검찰을 지휘해 달라"고 덧붙였다.

천 장관의 수사 지휘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가 이날 강 교수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의견을 법무부에 올린 직후 나왔다. 이날 낮까지 김 총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건이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 사건처럼 법이 아닌 감정의 문제로 흐르는 측면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법의 잣대"라며 구속수사를 시사했다.

일선 검사들은 "검찰의 수사권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검사들은 "국가의 존립을 해칠 수 있는 보안법 위반 사범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나서는 것은 수사권 침해의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지휘권 발동이란=현행 검찰청법 제8조(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선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은 그러나 검찰총장이 장관의 지휘를 따르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제재 조항은 없다.

조강수.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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