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매매덫에 걸려 오도가도 못해요"|낙도에 갇힌 30명의 여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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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갈도=정순균·채흥서기자】전북부안군 서해앞바다 외따섬 갈도에 30여명의 직업여성들이 섬에 갇힌채 뭍으로 향한 꿈마저 포기하고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있다. 인신매매업자에게 속아 팔려온 이들 여성들은 포주들의 엄한 감시를 받으며 몸을 팔거나 심한 노역으로 하나같이 심신이 병들어 있었다.

<심한 노역에 영양실조 자살기도도>
여인들은 섬을 탈출하려다 다시 불잡혀오는 숨바꼭질을 되풀이하다 투신자살까지 기도했지만 포주들에게 발각돼 그때마다 더 무거운 고초만 당했다고 털어놨다.
이같은 사실은 고깃배 선원으로 갈도에 갔다가 사귄 김모양(30 B관)을 구출키위해 탈출, 고향인 경기도고양군에서 돈을 구하다 실패한 양정호씨(26)가 지난21일 치안본부장앞으로 『갈도의 참상을 밝혀달라』는 호소문을 남기고 음독자살함으로써 표면화됐다.
전북부안군위도면파장금 부둣가마을. 부안군 금소항에서 29km, 뱃길로 1시간40분. 마을이라야 모두가 99가구 면적 14·14㎢의 손바닥만한 섬마을이지만 다방이 6개, 여관 여인숙이 8개, 간이주점과 선술집20개등 파시를 노린 유흥접객업소만 들어차있다. 여기가 인신매매시장에서 팔려온 30여명의 여성들이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철창없는 감옥이다.
육지로 통할수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은 매일 상오8시30분 한자례 곰소항으로 떠나는 여객선 「오양1호」뿐.
부산에서 지난4월 빚40만원때문에 이곳에 팔려온 현모양(26·S관)은 『포주의 횡포가 두려워 불평한마디 못하고 참고지내다보니 담배만 피우게돼 요즘은 하루 두갑반을 피운다』고했다.
밤에는 손님 술시중에 시달리고 낮에는 우물에서 물지게로 물을 길어다 밥을 짓고 빨래하는등 식모역할까지하고 있다고했다.
농사철에는 밭에나가 농사일을 하고 겨울에는 찬바람이 부는 바닷가에서 김양식작업을 돕기도 한다고 말했다.
식사도 김치반찬 뿐이어서 영양실조에 손발이 부어 오르지만 투약을 못하고있는 실정.
아가씨들이 가장 견디기 어려운것은 섬에 갇혀있다는 압박감·고독감과 포주들의 감시의 눈초리.
이때문에 정옥선양 (28·가명·Y관종업원)은 이섬에 온지 2개월만인 지난달 26일밤 바닷물에 뛰어들어 투신자살을 기도했다가 주민들에게 발견돼 구조되기도했다.
빚을 갚을길이 없자 이들은 육지로 도망갈 궁리를 해보지만 포주들이 상오8시30분 여객선이 떠나는 시간이 되면 선착장을 서성거리거나 선원들이 귀뜀을 해주어 몰래 배를 탄다는것은 상상도 못한다고 했다.
신모양(22)은 지난4월23일 감시의 눈을 피하기위해 4만원에 통통배를 전세, 곰소항으로 달아나다 붙잡혀와 심한 매질만 당했다는것이다.
현모양등 몇몇 접대부들은 『심지어 이 선착장에 정박해 있는 경찰경비정까지 포주들과 내통해 달아나는 아가씨들을 붙잡아 오기도한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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