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이 가져온 무상보육 축소안 … 여야 모두 "국회 우롱" 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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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무상보육으로 원상회복하겠다는 약속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런데 장관님은 두루뭉술하게 넘어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감을 그대로 진행하는 건 문제입니다.” (남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이미 시행 중이던 무상보육을 되돌리는 건 상식적인 수준에서 받아들일 수 없어요. 국회와 전혀 얘기가 안 된 부분은 철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김현숙 새누리당 의원)

  2012년 10월 5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는 고성으로 시작됐다. 임채민 장관이 인사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국회의원들이 달려들었다.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복지부가 0~2세 무상보육을 왜 축소하느냐”고 성토했다. 이에 앞서 여야는 2011년 12월 31일 국회예결위에서 0~2세 무상보육에 합의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가정에서 키우는 영아 13만~14만 명이 어린이집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지방자치단체 예산이 바닥나고 맞벌이 가정 아이가 어린이집을 구하기 힘들어지게 된 것이다. 그러자 복지부는 ▶소득 상위 30% 지원 제외 ▶전업주부는 반일(半日)제 이용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시작은 새정치연합 김성주 의원이었다. 그는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고 국회를 우롱한 차관과 실장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목희 의원은 100% 시행(무상보육)을 압박하며 “국회가 결정하면 대통령도 그냥 할 수밖에 없는데 (장관이) 안 따를 방법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같은 당 김용익 의원도 “(개편안을) 전면 재검토해 100% 무상보육을 할 것인지 (장관이) 정확하게 말씀하지 않으면 이 국감 못합니다”고 했다. 새누리당 류지영 의원은 “(지원에서 제외된다는) 상위 30%는 살림이 빡빡한 젊은 맞벌이 부부가 대부분”이라고 거들었다. 이날 10명의 의원이 임 장관을 비판했다. 이 중 김성주·김용익·김현숙·남인순·양승조·이목희 의원 등 6명은 지금도 보건복지위 소속이다.

  임 장관은 “무상보육이 국가적 목표이긴 하나 그 과정에서 속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공급 체계(보육시설 등)와 학부모·보육교사, 보육의 질 등의 문제를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하지만 그해 12월 여야 지도부는 정부의 개편안을 무산시켰고, 오히려 0~5세 무상보육으로 확대했다. 국회발(發) 무상보육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은 보육의 질 하락이라는 상처를 남겼다. 최근 빈발하는 어린이집의 아동학대는 이런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글=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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