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원명분〃매듭 못푼 「민한」|"참여"결정하고도 참여 못하는 속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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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치현안에 대한 여야이견으로 4일간 공전했던 국회는 민한당 지도부가「들어가 싸운다」 는 방침을 세우고도 당내설득에 성공하지 못해 진통을 겪고있다.
마지막 이틀을 남겨놓고 상임위참여 여부의 기로에 섰던 민한당은 지도부가 참여쪽을 선택했으나 당내반론을 극복하지 못하고 참여원칙에 공전한 만큼의 회기연장이란 조건을 붙여 국회정상화여부가 아직도 불명한 상태다.
민한당은 20일 저녁 유치송 총재·고재청 국회부의장·당3역의 모임에서 3당3역 회담을 검토, 회담결과는 미흡하지만 「참여해서 투쟁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21일의 원내대책회의와 당무회의에서 참여당론을 결정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런 결론을 내리면서 이들 5역은 『십자가를 우리가 져야지 누가 지겠느냐』는 사뭇 비장한 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들도 결과가 미흡하다고 했지만 사실 3역 회담의 결과는 그 동안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한 여야대화를 또 한번 반복하고 같은 수준·같은 내용의 결론을 보다 두리뭉수리하게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해금문제에 대한「즉각적이고 전면적 실시」를 주장한 민한당의 요구는 「국민적 화합의 기초 위에서 적극적으로 공동 노력한다」는 막연한 표현으로 반영되었고, 국회법의 경우「각 당 주장을 호의적으로 검토하여 금년정기국회의 최우선 과제로 한다」고 보다 명백한 표현이 들어가긴 했지만 상위예산심의권부활을 끝내 명시하지는 못했다.
전체적으로 3역 회담결론은 해금과 국회법문제에 있어 「행간을 읽어야」가까스로 긍정적 의미를 찾을까말까한 수준일 뿐 학원사태·언론문제·지자제문제 등 다른 정국현안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렇다할 언급조차 못해 민한당의 당초 요구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3역 회담은 여야간의 절충채널을 격상·중량화 함으로써 같은 내용이라도 민한당이 받아들이도록 해보자는 궁여지책이었다는 인상이 짙다. 여야간의 절충내용을 당에 들고 가 보고하는 임종기 민한당총무의 설득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당3역을 모두 협상에 참여시킴으로써 소속의원들에 대한 민한당지도부의 설득력을 강화시켜보자는 것이 여당의 속셈 이었던 듯 하다.
또 협상참여자수를 늘림으로써 해금 등에 관한 민정당측의 「막연한 비공식적 보장」의 무게를 더하자는 배려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신용보증에 더한「복보증」의 의미라고나 할까.
민한당으로서는 ①불만스런 결과를 받아들이느냐 ②끝내 상위불참이냐 ③다른 명분으로 들어가느냐의 세 갈래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
민한당 5자모임이 3당 대표회동과 3당3역 회담의 결과를「별무성과」라고 규정지은 채 『상임위에 들어가 미진한 부분을 추궁한다』는 쪽으로 궁색한 등원명분을 찾은 것은 ③의 길을 선택하려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당초 3당대표 회동과 3역 회담의 성과에 기대어 등원의 명분을 찾으려했던 민한당 지도부는 자칫하면 나올 당내외의 「태산오동서일필」이라는 비판을 민감하게 의식, 결국 협상결과에 승복 않지만 투쟁하기 위해 들어간다는 자가 발전적 명분을 찾으려 했던 것이다.
등원함으로써 지금까지의 협상결과는 그대로 지키면서『그 정도로 들어가느냐』는 비판은 회피하자는 속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막상 21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와 당무회의에서는 소장 의원들의 강경 압력을 배경으로 신상우 부총재와 오홍석·김승목의원 등이 정치현안에 대한 어떤 진전이 없는 등원에 거세게 반대하고 나섰다.
더구나 당무회의도중 민정당 중집상임위가 회기연장을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분위기를 더욱 경화시켰다.
결국 민한당 당무회의는 지도부의 의견에 따라 참여해 투쟁한다는 원칙은 세우면서 거기에 공전한 만큼의 회기연장 조건을 붙여 참여원칙자체를 실효화해 버린 느낌이다.
민정당은 회기연장에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하루 이틀도 아닌 4, 5일의 회기연장을 민한당이 끝내 고집한다면 국회가 정상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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