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깨어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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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잔뜩 움츠러들었던 소비심리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데다 8월 이후 각종 경기지표에 잇따라 '파란불'이 들어온 덕분이다.

앞으로 6개월 후의 경기, 생활 형편, 소비 지출 등에 대한 심리를 반영하는 소비자 기대지수가 6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연령이나 소득계층 구분없이 모두 올랐다. 특히 월 평균 300만원 이상 고소득층과 20~30대 젊은층의 소비심리 회복이 두드러졌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9월 소비자전망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기대지수는 96.7로 전달보다 1.9포인트 올랐다. 기대지수는 3월 102.2를 기록한 후 5개월 연속 하락했었다. 이 지수는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긍정적 답변이 부정적 답변보다 많고, 100보다 낮으면 반대라는 의미다. 9월 지표가 아직 기준치인 100을 밑돌고 있긴 하지만, 바닥 탈출 여부가 주목된다.

◆ 소비심리 '반짝'=기대지수는 5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소비지출이 105.4를 기록해 전달보다 1.1포인트 오르며 8개월 연속 기준치인 100을 웃돌았다. 앞으로 소비가 늘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6월 이후 100 아래로 떨어졌던 경기와 생활 형편 지수도 각각 6개월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소득 계층별로는 월 평균소득 300만원 이상의 기대지수가 100을 넘어섰다. 연령대로는 20대와 30대의 지수가 100을 넘겼다. 20~30대는 소비를 주도하는 연령층이어서 이들의 소비심리가 살아날 조짐을 보인 것은 고무적이다.

◆ 현재의 생활 형편도 개선=6개월 전과 비교한 현재의 소비심리를 가늠케 하는 소비자 평가지수도 81.2로 5개월 만에 상승세로 반전했다.

특히 8.31 부동산대책의 영향으로 하락세를 보이던 주택.상가에 대한 소비자 평가(95.2)가 전달보다 0.3포인트 상승해 3개월 만에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다만 토지.임야에 대한 평가(99.0)는 전달보다 0.6포인트 떨어져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유지했다.

최근 주가 상승세와 금리 인상설 등의 영향으로 금융저축(92.7)이나 주식.채권(96.8)에 대한 평가는 전달보다 각각 2.4포인트, 3.3포인트 상승했다. 6개월 전과 비교해 부채가 늘었다는 가구는 전달보다 줄어든 반면 저축이 늘었다는 가구는 증가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지난달 이후 유가 오름세가 주춤한 반면 경기지표가 좋아지고 주가가 사상 최대치를 연일 경신한 게 소비심리를 회복시킨 것으로 분석된다"며 "다만 회복의 강도가 아직은 약하고, 설비투자가 본격적으로 살아날 조짐도 아직 보이지 않아 경기 회복으로 연결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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